🥗Talks; 동물의 편을 들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굳이, 동물의 편을 드는 일을 하겠다는 변호사가 있다. 착한 일이라서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2023. 12. 12.

동물의 편을 들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김도희 동물해방물결 해방정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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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동물의 편을 드는 일을 하겠다는 변호사가 있다. 인간의 유희를 위해 수십만 마리가 한꺼번에 죽어 나가는 산천어를 위해, 멋대로 포획되거나 인간으로부터 주거의 권리를 침해받는 남방큰돌고래를 위해 법이라는 방법으로 동물의 편을 들겠다고 한다. 착한 일이라서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수년간 쌓아온 공부와 사유로 내린 결론이다. 그 내용이 한 권의 책에 담겨 나왔다. 《정상동물》의 저자, 동물해방물결의 김도희 변호사를 만났다. 인간이 동물의 편을 왜 들어야 하는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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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 변호사다. 동물의 편을 드는 일을 한다.

편을 든다는 것은 중립적이지 않겠다, 객관적이지 않겠다는 얘기다. 즉, 뚜렷한 입장을 갖고 그것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선언 같은 것이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더 고민해서 접근해야 한다.

위험을 감수한다는 뜻일 수도 있겠다.

맞다. 누군가의 공격이 있더라도 감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리고 함께 동물의 편을 드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인간이 동물의 편을 들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인간의 입장에서 보자. 우리가 최근에 겪고 있는 이상한 일들이 있다. 특정 종류의 곤충이 너무 많이, 인간의 주거 지역에서 발견된다거나 극단적인 가뭄이나 홍수로 피해를 당하기도 한다. 이런 일들이 점점 줄어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동물의 편을 들면 가능한가.

그렇다. 넓게 보자. 지구라는 행성으로 시야를 넓혀 보면 인간은 다른 존재와 지구를 함께 점유하고 있는, 일종의 ‘공동 생활자’다. 서로 먹고 먹힌다. 서로 쓰고 쓰인다. 이런 것들도 다 의존해서 살아가는 형태다. 그리고 의존하는 존재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인간 외의 다른 존재의 편을 든다는 것은 인간 중심적 사고를 벗어나 시야를 넓힌다는 뜻이다.

동물의 입장에서는 어떤가.

착취당하는 동물이 줄어든다. 동물원도 줄어들고 실험실에서도 동물을 찾아보기 어려워질 것이다. 인간의 편의에 의해 태어나 살해되는 동물도 줄어들게 된다. 공장식 축산의 규모가 축소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동물 해방은 인간 해방과도 맞닿아 있다.

어떠한 면에서 그런가.

홈리스나 장애인 관련된 활동을 하며 보고 느낀 것이다. 중증 장애 등의 이유로 시설에서 생활하는 분들이 있다. 어느 순간, 이분들과 동물원에 갇혀 있는 동물들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시설에도, 동물원에도 개인의 은신처라는 것이 없다. 삶과 죽음도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루어진다. 자본의 ‘효율성’에 의해 운영되고 관리되며 통제된다.

듣고 보니 굉장히 유사하게 느껴진다.

한때 ‘인간’의 권리를 가진 존재는 성인 남성뿐이었다. 역사를 통과하며 ‘인권’을 가진 존재에 여성이, 아동이, 유색 인종이 추가되었다. 책에도 소개한 콩고 피그미족 남성, ‘오타 벵가’의 경우를 보면 명확해진다.

동물원에 갇혔던 남성 말인가.

그렇다. 20세기 초 노예상에 의해 미국으로 팔려 온 벵가는 뉴욕 브롱크스동물원에 ‘전시’됐다. 인간이 영장류로부터 진화했다는 가설을 입증하는 증거로서 말이다. 결국 동물원이 벵가를 풀어 줬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그는 권총 자살을 선택했다.

인간이 ‘가둘 수 있다’고 착각하는 존재가 여전히 있다.

설령 ‘자립할 수 있어야 하니까’, ‘돌봐줘야 하니까’라는 이유가 붙더라도 그것은 오만이며 성의 없는 태도일 수 있다. 이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한, 우리는 서로에게 의존한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을 ‘돌보는’ 직업인 활동지원사나 요양보호사도 그 돌봄의 대상으로부터 깨닫고 배우는 바가 있다. 유형, 무형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함께 산다는 것은 상호 작용이라는 얘기다.

중증 장애를 가진 분도, 고양이도, 돌고래도, 돼지도 각자의 필요와 취향이 있다. 안 보여서, 안 들려서 무시해 왔을 뿐이다. 더 관심을 가지고, 충분히 시간을 들여서 보고, 들어야 한다.

왜 우리는 보지도, 듣지도 않았을까?

우리가 어떤 존재를 ‘효용성’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노동할 수 있느냐, 아니냐.

기여할 수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 말인가.

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라든가 이탈리아의 전체주의 등을 생각하면 쉽다. 국가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존재들은 당연히 도태된다, 마땅히 그러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 결과 T4와 같은 장애인 말살 정책이 자행되지 않았나. 목표에 부합한다면 과정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생각, 인간도 효용으로 판단한다는 생각이다.

이번에 출간된 책의 제목, 《정상동물》과 맞닿아 있는 문제의식이다.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가 있지 않나. 가족의 모습이 ‘이러해야 한다’는, 만들어진 정상성을 강요한다. 동물을 향한 우리의 태도에 닮은 구석이 있다. 인간의 필요와 목적을 근거로 동물의 ‘정상성’을 상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서 모든 것이 정당화된다. 인간의 이익을 위해 동물이 강요당하고, 착취당하고, 몰살당한다. 그런데 그런 사실이 은폐되거나 외면당한다. 정상성이라는 당위적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부담스럽긴 했지만, 책의 제목을 《정상동물》로 결정했다. 또, 인간이 동물 층위의 정상에 있는 존재라는, 잘못된 생각을 꼬집고자 하는 의도도 담겼다.

신간 《정상동물》 ⓒ 은행나무

동물을 인간의 도구로 보는 시각은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

동물뿐만이 아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자. 여성이나 아동의 노동력, 저개발 국가나 식민지 주민들의 노동력은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했다. 아주 오랫동안 그러했으며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런 사람들의 기여가 있었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가려진 노동이다.

지금의 풍요로움은 계산에 들어가지도 못한 노동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얘긴가.

화석연료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마음대로 써도 되는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제는 탄소 배출에 비용이 붙는다. 가려진 노동도 측정되고 비용이 지급되어야 한다. 그리고 동물의 노동도 마찬가지다.

동물을 노동하는 존재로 보는 시각은 신선하다.

인간은 동물의 존재를 당연히 이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생각해 왔다. 동물원에서 쇼에 등장하는 돌고래, TV 드라마 촬영을 위해 혹사당하는 말, 실험실에서 고통받는 동물 등 그 예는 너무나 많다. 동물을 소유물이나 재산으로 생각하는 인식을 내려놓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풍요도 어느 정도 내려놓아야 할지 모른다.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는 지금 잘못되어 있다. 그러한 잘못된 관계에 기반한 발전을 계속해 왔기 때문에 지금이 ‘자본세’라는 주장도 나오는 것이다.

‘인류세’는 익숙하다. 자본세는 좀 생경하다.

플라스틱과 닭 뼈가 지층에 켜켜이 쌓인, 인류가 지구 지질이나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강조하기 위해 제안된 지질 시대 구분이 인류세 아닌가. 그런데 그 명칭이 좀 모호하다는 얘기다. 지구 환경의 극적인 변화가 모든 인류의 책임처럼 비치기 때문이다. 문제를 정확히 진단해야 그에 대한 해법도 도출할 수 있지 않겠나.

그럼,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자본주의적 생활 양식과 활동, 사회 구조 때문이다. 급격한 산업화를 겪으며 인류는 한계치 이상의 부담을 지구에 지워 왔다. 끝없이 발전하기 위함이다. 자본주의의 속성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 구조가 유지되어 왔던 것은 동물을 포함한 약자들의 보이지 않는 노동, 제대로 대가가 지급되지 않은 노동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자본세를 거부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가장 쉬운 방법은 자본주의가 발생하기 이전의 지구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 그래서 ‘리와일딩(rewilding)’ 실험이 좋은 힌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용어가 또 나왔다.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인간의 영향력이 크지 않았던 시기의 공간을 스스로 회복하도록, ‘방치’해 보는 실험이다. 물론 한계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방향을 틀어 보기로 결정했다면, 다음엔 어디를 향해야 할지 상상해 보는 데에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대는 확실히 인류세든 자본세든 진입했다. 하지만 모두의 인식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좀 스며들게 하고 싶다. 경험하고 느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흔히 동물권이나 비거니즘이 단순히 동물 착취에 반대하는 것, 동물을 먹지 않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더 넓은 의미다. 소비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삶의 방식이다. 각자의 삶과 맞닿아 있는 부분부터 차근차근 바꿀 수 있다. 건강을 위해 채소를 더 먹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환경을 고려한 소비도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개 식용 금지’ 관련된 논란을 보면 벽이 높게 느껴지긴 한다.

산업에 종사하고 계시는 분들에 대한 지원책을 당연히 고민해야 한다. 연착륙하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 아닌가. 다만, 사회적 논의 기구가 2년 넘게 운영되었지만, 어떠한 합의점도 찾지 못했다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한다. 교착 상태가 된 지 오래다. 그렇다고 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내버려두면 그것도 책임 방기다.

법안은 통과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원의 근거와 방법이 당장 법에 구체적으로 담겨 있지 않더라도 정책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다.

동물해방물결이 지난 2021년 추적한 한 도살장에 갇힌 개들의 모습 ⓒ 동물해방물결

어쨌든 법안 통과는 가시권 안에 들어왔다. 개 식용 종식. 어떤 의미인가?

한 종에 대한 산업화를 끝낸다는 의미다. ‘개’니까 특별하다, 소나 돼지, 닭과는 다르다는 논리도 누군가에게는 설득력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크게 보면, 인간과 동물의 관계 속에서 여러 종을 가축화하고 산업화해 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 식용 종식은 그 여러 종 중에 한 종에 대한 산업화를 멈추겠다는 얘기다.

그럼 개 다음으로 산업화를 멈춰야 할 종을 꼽는다면.

다양한 의견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소’를 이야기하고 싶다. 동물권의 문제의식은 다른 문제, 특히 기후 위기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런 면에서 소는 당사자에 해당한다. 가까운 이해관계자다.

배양육과 같은 과학 기술이 해결해 줄 수는 없을까.

현재는 그렇지 않다. 생산 과정의 윤리 문제와 탄소 배출 문제가 있다. 미래엔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근본적인 지점까지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우리가 ‘먹는 행위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무엇을 먹고 있는가. 내가 먹고 있는 것은 어디서 어떻게 왔는가 하는 고민이다. 이걸 멈추면 안 된다. 이 고민을 과학이 대신 해결해 줄 수 있다는 편견을, 배양육이 쌓는다면 인간은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공동 생활자의 의무를 저버리게 된다.

글 신아람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