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관련 기사가 놀랍지 않은 요즘이다. 마약 문제는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마약은 이미 우리 사회 깊숙이 들어 왔다. 하지만 여전히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마약을 본 적도, 할 생각도 없다면 말이다. 최진묵 마약중독회복상담사는 사용이 아닌 노출에 초점을 맞추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지금 한국 사회에선 모두가 마약에 노출돼 있다. 그를 만나 우리 사회 마약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지 물었다.

마약 관련 보도가 눈에 띄게 늘었다. 현장에서 보기엔 어떤가.

약물을 사용하는 사람이 갑작스럽게 늘어난 것 같지는 않다.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의 수를 보면 2021년에 비해 눈에 띄게 늘지 않았다. 그런데 상담 오는 사람들이 20~30대라는 것이 큰 문제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주로 40~50대가 상담실을 찾았다. 지금은 젊은 층이 거의 60퍼센트다. 젊은 층의 마약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점이 현장에서 느끼는 차이다.

젊은 층의 마약 문제가 지금 특히 눈에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마약 문제에서 경찰의 수사 범위와 역할이 늘었다. 그리고 경찰은 인터넷 수사에 몰입하는 상황이다. 그러니까 온라인 거래량이 많은 20~30대가 부각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간 검찰은 교도소에서 제보를 받아 수사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래서 밀반입, 유통 경로를 추적해 조직 전체를 적발하는 노하우는 검찰에 쌓여 있다는 주장도 있다. 검경의 마약 수사 역량이 각각 다른 상황, 수사 노하우를 긴밀하게 공유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40~50대와 젊은 층의 마약 문제, 차이점은 무엇인가.

마약 너머 살펴야 할 것이 있다는 얘기인가.

치료에 집중한다면 마약 중독을 질병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마약 중독은 알코올 중독과 같은 물질 중독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우리나라 법은 ‘마약’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독’을 고쳐야 마약을 끊는 것인데, 법으로 처벌하면 고칠 거라 믿는 것이다. 향정신성의약품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약물을 처방해주는 의사는 많은데, 이걸 끊게 하는 의사는 없다. 실제로 길거리 마약보다 의료용 약물 중독 비율이 더 높다. 약물 중독을 범죄로만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사실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취해 있는 상태에서 약물을 빼내는 디톡스 정도다. 이건 치료의 일부일 뿐이다. 중독은 뇌의 질병이지만 마음의 병이기도 하다. 약물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호기심, 계속하는 이유는 쾌락이다. 결국 삶에 대한 회피를 의미한다. 그렇게 마약을 하다 보면 삶이 무너진다. 신용불량자, 사회부적응 상태가 된다. 약물 중독 치료는 무너진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이다.

개인이 홀로 중독 치료 이후 삶의 재건까지 감당하기엔 버거울 수 있을 것 같다.

회복상담사의 역할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약물 중독 재활센터에 가면 초기 상담을 하는 회복상담사 90퍼센트가 직접 몸으로 겪어낸 사람이다. 약물 중독자가 겪는 증상이나 심리 상태를 잘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환자와의 라포 형성도 잘 된다. 회복상담사는 환자의 무너진 삶을 다시 세우는 과정을 함께 한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사고방식을 전환하는 행동 치료에 가깝다. 파산이나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자격증 취득 등 직업 훈련을 돕기도 한다.

민간 마약 중독 재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보통 얼마나 머물다 가나.

치료공동체 ‘다르크’라고 부른다. 1년 이상 머문다. 6개월 정도는 같이 먹고 자고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하며 자기 삶을 객관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대부분 그간 해 왔던 행동에 대해서 머리로는 알지만 정리를 할 수 없는 상태다. ‘마약은 범죄’라는 생각에 그치지 않고 마약을 하게 된 과정을 세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6개월 정도 지나면 직장을 다니기를 추천하는 편이다. 치료공동체에 머물며 직장을 다니는 사람도 있다.

단약 비율은 어떻게 되나.

현장에서 지켜본 바로 마약 중독에 취약한 계층이 따로 있나.

마약에 관해 미국은 이미 국가적인 비상사태다. 우리나라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미국의 마약 문제는 우리나라보다 40년 앞서 있다고 한다. 미국이 재활 치료 방향으로 가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해서 이긴 나라는 없다. 그 시기에 마약사범을 조금 더 검거할 뿐이다. 우리나라도 버닝썬 사건이 있고 나서 몇 개월 사이 마약사범을 많이 검거했다. 앞으로 마약이 이슈가 되는 일은 더 많아질 것이다. 단순 처벌로만 대응한다면, 끝이 없을 것이다. 지금이 골든 타임이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뭔가.

마약에 접근하기 쉬워졌다는 지적도 있다.

마약은 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말 그런가.

마약을 하는 사람에 대한 인식이 수십 년 동안 대기업 회장 2·3세, 연예인, 유흥업소 종사자로 고착돼 있다. 대기업 회장이라고 자신의 자식이 그런 일을 겪을 것으로 생각했을까. 마약 사용에 초점을 맞추면 남 일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누구나 마약에 노출된 시대라는 점을 생각하면 내 친구, 내 가족, 내 일이다. 마약에 대한 기존의 접근법이 틀렸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국민이다. 국민의 지지가 있어야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