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사람들이 있다. 의사가 설명하는 5분이라는 시간에 자신의, 가족의, 사랑하는 사람의 미래를 점쳐야 하는 상황에 놓인 이들이 그렇다. 병원에서 나서는 순간 환자는 검색창을 켠다. 의사가 말한 몇 가지 단어들을 검색해 카페에 가입하고, 채팅방에 입장한다. 그렇게 습득한 정보의 조각들이 정확하다는 믿음도 없지만 어쩔 수 없다. 의료 AI 스타트업 ‘테서’는 그들의 절박함을 해결하고자 한다. 의료 정보를 인공지능으로 번역하면서 말이다. 환자의 갈증을 해결하는 기술은 결국 모두에게 이롭다.

테서의 슬로건은 무엇인가?

이수현 (이하 ‘이’) 슬로건은 계속 개발 중이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심플하게 지금 당장 가진 목표로 정의한다면, ‘환자에게 힘을 실어 주고 도움을 주는 의료 인공지능 서비스를 만든다’고 말할 수 있다.

테서의 제품을 소개해 달라.

안재성 (이하 ‘안’)  현재는 서비스 ‘온톨’을 어플리케이션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인공지능 번역을 통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MRI, CT, 조직검사 내용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서비스다. 병원에 가면 알아보기도 어려운 검사지와 사진을 가지고 3분에서 5분 정도 설명을 듣게 된다. 진료가 다 끝나고 집에 온 환자는 미처 하지 못한 질문과 의문이 마구 떠오른다. 온톨 서비스는 그런 환자의 페인 포인트를 해결한다.

환자에게 쉽게 의료 정보를 전달하는 서비스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이런 서비스가 왜 필요하다고 생각했나?

테서는 데이터 중심의 의료 생태계와 쉽고 직관적인 의료 정보를 말한다. 이들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타깃 고객은 누구인가?

이 현재는 중증 질환자, 암 환자 등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건강 검진을 받는 만큼, 의료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 문해력은 모두의 문제다. 복잡한 결과지가 어떤 의미인지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면 잘 모른다는 불안에서 비롯하는 건강 염려증도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다.

안 인터넷이 이렇게까지 발달하기 전까지는 모든 분야에 정보 격차가 있었다. 전문가와 일반인으로만 구성돼 있었다는 말이다. 지금은 인터넷을 찾으면 논문이 나오고, 굳이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의료계의 정보 불균형은 아직 제대로 좁혀지지 않았다. 물론 이는 의료가 다른 분야에 비해 유독 요구되는 전문성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격차 위에서 환자와 보호자는 의료 정보에 대한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보가 너무 많은 것도 하나의 문제다.

안 맞다. 그래서 정확한 정보가 중요하다.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를 돌아다니다 보면 암 환자에게 버섯을 팔기도 한다. 환자들은 그 게시물 하나에 희망을 건다. 정보가 뚜렷해지면 이런 부작용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환자가 무언가를 결정하는 과정도 훨씬 선명해질 것이다. 이해하기 쉬운 정확한 의료 정보를 기술이 모두에게 제공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기억에 남는 사용자가 있었나?

안 대부분 좋은 피드백을 보내 주고 계신다. 한번은 회사 주소로 손편지가 한 통 온 적이 있다. 한 할아버지였는데 가족 중 누군가가 암 투병을 하고 계신 것 같더라. 검사지를 직접 보내 주시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 달라고 하셨다. 우리 입장에서는 그 검사지를 쉽게 풀어 설명해 줄 수밖에 없었다. 간절함을 알지만, 진료 행위가 될 수 있기에 어떠한 직접적인 판단도 포함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편지를 읽으며 이 비즈니스가 간절한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서비스라고 생각했다.

왜 그동안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는 정보 불균형이 존재했나?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면 무엇인가?

의료계는 보수적이라는 통념이 있다. 정보 불균형 해결, 새로운 플랫폼 도입 등의 문제에 있어 의료계를 설득할 방법이 있나?

이 의료는 생과 사를 다루는 영역이기에 모든 변화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만 의사와 환자 모두 문제에 공감하고, 제시된 해결책이 효과적이라고 느낀다면, 새로운 시스템과 플랫폼을 도입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문제 상황과 해결책을 확실하게 제시하고, 그 이점을 충분히 공감시킬 수 있도록 제품을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테서의 서비스를 활용했을 때 의사에게 좋은 점은 무엇인가?

안 당장은 환자의 니즈를 해소한다는 지점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의사에게 강점이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을 수도 있겠다. 장기적으로 접근한다면 환자의 헬스 리터러시는 병원의 인력과 시간을 줄여 준다. 상담과 설명에 들이는 인력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의료진의 피로도를 줄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기술은 현재의 의료계가 마주한 인력 부족, 필수 의료 공백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의료 분야 AI 발전을 가로막는 것으로 항상 의료 데이터의 폐쇄성이 지목돼 왔다.

테서가 생각하는 의료 혁신은 어떤 모습인가?

안 테서는 기업으로서, 제도 내에서 의사와 환자가 만족할 수 있는 기술과 플랫폼을 개발해 나가려 한다. 혁신보다 중요한 것은 의료 환경이 개선돼 더 많은 이들이 혜택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를 더 이상적인 방향으로 만들어 가는 건 모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