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잉랩은 헬스 케어 기업인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두잉랩은 인공지능을 만드는 인공지능 회사인데 비즈니스 타깃을 헬스 케어로 잡은 기업이다. 제품은 인공지능, 시장은 헬스 케어라고 보면 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음식으로 타깃을 잡은 이유도 분명하다. 의식주가 사람에게 중요하다고 하지만 사실 사람은 옷과 집 없이도 살 수 있다. 그러나 먹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시간을 불문하고 언제나 그래 왔다. 그런데도 현재 사람들은 자신이 먹는 것이 잘 먹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를 쉽게 알 수 없는 상태다.

푸드 렌즈는 어떤 서비스인가?

사진을 찍으면 어떤 음식인지를 인식하고 영양 정보를 모두 분석해 제공한다. 푸드 렌즈1.0은 음식 이름을 맞추는 데 가까웠는데, 이번에 개발한 푸드 렌즈2.0(칼로AI)은 하나의 음식에 들어간 재료, 양을 모두 분석해 디테일한 측정이 가능하다. 데이터값을 통째로 가져와 제시하는 게 아니라 해당 음식의 레시피를 기반으로 영양소를 분석해 내놓는다. 재료에 따라 정확한 영양소, 칼로리 분석이 가능하다. 양 측정 기능이 추가됐다. 같은 밥이라도 누군가는 국 그릇에, 누군가는 대접에 밥을 담는다. 기존의 서비스는 음식만 맞추지 실제로 음식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보통 1회 제공량 정도에 맞추어 칼로리를 계산했는데 칼로AI는 2D 이미지를 통해서 부피를 예측할 수 있다.

음식 인식 서비스에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한 근거가 궁금하다.

실제로 병원 등에서 니즈가 있었다. 당뇨 환자의 경우 먹는 것을 기록하고 모니터링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탄수화물의 경우에는 더 그렇다. 그런데 기술이 이렇게 발전해도 환자들이 대부분 수기로 먹은 것들을 기록하더라. 물론 그 이전에도 시도는 있었다. 음성 인식 기술을 활용해 기록하는 방법도 시도됐었는데 여러 반찬을 두고 먹는 우리나라의 식문화 특성상 모든 반찬을 말하고 기록하는 게 쉽지 않았다. 또 요리 이름이 정확해야 하니 애플리케이션의 인식률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었다. 이 모든 문제를 사진 한 번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음식 인식 솔루션이 필요한 사람들은 누구라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당뇨, 비만 환자의 니즈가 크다. 당뇨 환자들은 약을 먹는 것과 별개로 필수적인 식사 관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어려운 부분이 그러한 관리에 개인화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사람마다 무엇을 먹고, 먹지 않았을 때 괜찮은 정도가 다르다. 병원에서 그런 지점들을 하나하나 파악하기는 어렵다. 결국 병원에서는 보편적인 방법, 일반화된 방법을 제시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그런 방법이 성공률이 높기는 하겠지만 안 맞는 사람도 무조건 생기는 법이다. 반면 음식 인식 솔루션을 활용하면 개인화된 상담과 분석이 용이해진다.

AI를 활용해 음식을 인식하면 좋은 점은 무엇인가?

일단 간편하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굳이 쓰거나 말하지 않아도 사진 하나면 내가 먹은 음식들을 정확하게 기록할 수 있다. 사람이 작성하게 되면 놓치는 부분들도 많이 생긴다. 된장찌개를 먹으면 된장찌개라고 기록할 테지만, 사실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된장찌개가 있지 않나. 어떤 된장찌개에는 조개가, 또 어떤 것에는 고기가 들어가는 식이다. 이런 디테일한 부분을 모른 채로 병원에서 상담하는 것도 굉장히 힘든 일이다. 영화를 보면 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걸 인식하고 홀로그램도 나오고, 음식도 조리해 주는 식의 연출들이 많다. 우리는 결국에 그런 세상이 올 것이라 믿는다.

인공지능은 복잡한 음식을 어떻게 판단해 영양 정보를 노출하나?

김밥을 생각해 보자. 김, 당근, 오이가 들어 있는 게 김밥이다. 그런데 게맛살과 햄, 달걀이 들어간 김밥은 어떨까? 둘 다 우리는 김밥이라고 부르지만, 그 둘의 영양 성분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재료들을 추정하고 인공지능이 레시피를 만들어 영양소를 추정하는 식으로 시스템을 구성했다. 아무리 창의적인 레시피로 음식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모두 인식할 수 있다.

사람이 눈으로 보고 음식을 판단하는 것과 유사하다.

맞다. 그래서 질 좋은 데이터를 모으는 게 중요하다. 6월 기준으로 푸드렌즈를 사용하는 사용 횟수가 월 450만 회가 넘었다. 한 달에 450만 끼니를 처리한 셈이다. 그 안에 있는 음식을 모두 합하면 900만 개 정도 된다. 그만큼 실사용자의 데이터를 모을 수 있었다. 물론 구글 같은 곳에서 예쁜 음식 사진을 찾을 수도 있다. 그런데 실제로 사람들은 그런 사진을 찍지는 않는다. 인식에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이 큰 것이다. 월 900~1000만 개의 데이터가 모이는 만큼 서비스는 점차 더 고도화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현재 음식 인식 기술에 한계가 있다면 무엇인가.

사람이 모르는 음식이면 모른다는 것. 이게 가장 크다. 또 음식 자체가 너무 많다 보니 나라별로, 외형별로, 형태별로 너무 천차만별이다. 특히 외국 음식의 경우 데이터를 모으기 쉽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칼로AI를 만들었다. 해외 진출을 위해서 말이다. 나라의 특성을 이해하고 음식의 대략적인 형태 등을 활용해 폭넓게 음식을 인식하는 식으로 문제를 풀어 가려 한다.

폭 넓게 음식을 인식하는 건 무얼 뜻하나.

이를테면 우육면을 고기 국수라고 인식하고 노출하는 식이다. 누군가가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반반 넣어 함박 스테이크를 만든다고 하면, 눈으로는 그 고기가 무엇인지를 인식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경우에는 소와 돼지를 나누기보다는 ‘고기’라는 단위로 카테고리를 확장할 수 있다. 다양한 구조적 방법을 사용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 한다.

기술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지점이 궁금하다.

접근성이다. 누구나 쉽게, 언제든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을 타깃으로 삼았기 때문에 가능하면 기종, 제조사를 따지지 않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두잉랩의 미래 계획이 궁금하다.

일단은 칼로AI라는 기술을 조금 더 고도화해서 해외까지 공급하는 게 목표다. 조금 더 넓은 계획을 말하자면 모두가 식사하기 전에 당연히 사진 찍는 시대를 만들고 싶다. 밥 먹을 때 카메라 켜서 찍어만 놓으면 애플리케이션을 켜지 않아도 알아서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생각 중이다. 그렇다면 누구나 더 건강한 밥상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