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은 소프트웨어가 핵심이다. 뛰어난 인재 10명이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창업자 4명을 포함한 초기 멤버들이 현대자동차 출신이다. 재직 당시 자율주행 관련 사내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그 경험이 자신감의 근거가 되었다.

직접 뛰어들어보니 자율주행이라는 분야만큼 자본 지배적인 산업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딥러닝’과 함께 인공지능 분야가 발전하면서 더욱 자본 싸움이 되었다. 솔직히, 지금은 스타트업이 뛰어들기 힘든 필드가 되었다. 다만, 빠르게 발전하는 분야인 만큼 스타트업에 유리한 부분도 있다.

테슬라는 이제 큰 회사다. 그러나 스타트업이 일하는 방식을 여전히 고수한다. 기존 완성차 업계는 수직 계열화 되어있다. 단계별로 수많은 하청 업체가 붙어 산업이 굴러간다는 얘기다. 비싸고 느린 시스템이다. 테슬라는 다르다. 모든 공급업체를 직접 다 관리한다. 직접 하니 빠르다. 소프트웨어 쪽으로는 그 강점이 더 빛난다. 우리도 그렇게 하고 있다. 아웃소싱하지 않고 대부분 인하우스에서 소화한다. 우리 제품은 전부 우리 기술이다.

2년 전, 회사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소프트웨어만으로는 회사의 성장을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판단하에 차량을 직접 제작하기로 한 것이다.

완성차 업계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구입하기보다는 인하우스로 내재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우리가 직접 자동차를 만들어 완성형 자율주행 자동차를 공급하겠다는 결론으로 가게 됐다. 지자체나 연구소, 학교 등 B2B로 접근하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일정 구간을 반복 운행하는, 일종의 셔틀버스 개념의 차량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판매 가능한 차량이 오는 10월 출시될 예정이다. 시험주행 중이다.

처음엔 아무도 믿지 않았다. 다 실패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업체들은 만나주지도 않았다. 소프트웨어를 바닥부터 시작해 쌓아 올린 것처럼 하드웨어도 바닥부터 만들었다. 전기차를 만들 때 보통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이라고 부르는 기본 플랫폼을 사 와서 위에 부품을 얹고 껍데기를 씌운다. 이 플랫폼은 주로 중국에서 많이 사 오는데, 이렇게 되면 실질적으로 이 차는 외산이 된다. 우리나라 업체가 만들었어도 외산 차가 되는 것이다.

협력사를 만나고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일단 만나주지도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를 모셔 영입하고 자금을 투자하고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만들었다. 모두 이 차는 절대 만들 수 없다고 했지만, 이미 6대를 시험 운행 중이다. 그걸 보시고 이제는 우리를 먼저 찾아주신다.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까지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아예 완성된 자율주행 차량을 납품할 수 있는 것이다. 자율차 시장의 애플이 우리의 목표다.

처음엔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가능성이 공신력 있는 보고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일이 있었다. 한 컨설팅 회사가 매년 자율주행 관련 기업 랭킹을 매긴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랭킹이다. 작년에 우리 회사가 들어갔다. 전 세계 13위에 올랐다. 근거 자료가 있으니 결국 직접 와서 시험 주행 상황을 눈으로 확인한다.

소프트웨어에 머물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된 것도, 큰 규모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도 하드웨어에 도전했고, 결국 만들어냈기 때문에 가능했다.

창업자 4명이 함께여서 가능했다. 사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리스크일 수 있다. 대기업 출신 몇 명이 같이 창업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대부분 다 깨졌다. 생각이 다르고 중간에 이탈하는 사람이 생긴다. 회사가 잘되면 욕심이 생길 수도 있다.

다른 회사에서는 약점일 수 있지만 우리에겐 강점이다.

현대차 재직 당시 프로젝트를 함께 하며 우리는 서로를 겪어봤다. 의견 충돌, 다툼도 당연히 있었다. 그런데 그걸 다 넘어 결과를 내 보니 돈독해졌다. 신뢰가 쌓였다. 이제는 힘든 상황에서 서로에게 의지가 될 수 있는 존재다. 지금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창업자 4명이 자꾸 만나고 소통하는 것이다. 항상 같은 곳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서로 성향은 제각각이다. 시스템이 있다. 마찰이나 대립이 생겨도 대부분 만장일치로 결정한다. 의사 결정이 조금 느려질 수 있지만, 대신 임원진의 결정이 한번 나면 회사가 그에 맞게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효율화를 꾀했다. 예를 들면 불필요한 회의나 업무 등을 없애는 식이다. 자율주행은 전략을 한두 번 잘못 설정하면 바로 고꾸라질 수 있다. 그래서 결정을 내리는 프로세스가 굉장히 중요하다. 합리적으로 결정해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자율주행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게 된 것은 오픈 소스 덕분이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이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발전시켰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그래서 가볍고 빠르고 안정적이다.

그렇다. 필요 없는 방대한 데이터까지 포함한 모델이기 때문에 그렇다. 구동하려면 필요한 컴퓨팅 파워도 만만치 않다. 오토노머스a2z의 경우 자체적으로 모든 코드를 개발했기 때문에 가볍다. 지도 사양도 저사양이다. 이렇게 되면 범용성이 넓어진다. 하나의 소프트웨어로 다양한 도시에서 다양한 차종의 자율주행을 구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자율주행차가 적극적인 통신을 통해 운행되는 지역은 거의 없다. 통신을 통해 주고받을 정보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에는 통신 없이 주행할 수 있도록 많은 센서가 부착되어 있다. 다만, 향후 통신을 활용해 더 안정적인 주행도 가능해 질 것이라고 본다. 관련 장치도 이미 개발했다.

예를 들면, 교차로에 인공지능 카메라를 설치해 우회전 차량에, 횡단보도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장치 등이다. 이러한 정보가 차량에 전달되면 자율차가 미리 감속하도록 할 수 있다. 어두우면 식별력이 떨어지는 기존 CCTV 대신 조도에 영향을 받지 않는 라이다 센서를 사용했다.

자율주행은 결국 인프라가 핵심이다. 자율주행 전용 도로 등도 도입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전용 도로 없이도 자율주행은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한국은 자율주행 도입이 어려운 나라에 속한다.

끼어들기, 무단 횡단, 배달 오토바이, 킥보드 등 예측하기 어려운 요소가 많다. 하지만 그 밖의 조건은 자율주행 도입에 잘 맞는다. 인건비가 비싸고 도로 인프라가 잘 갖춰진 편이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도입에 매우 적합하다. 정부의 의지가 강력하고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 무엇보다 자율주행에 대한 수용성도 매우 높다. 사람이 자율주행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느냐도 도입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데에 매우 중요하다. 싱가포르에서 성공한다면 주변 국가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등으로의 진출도 용이해진다.

싱가포르는 자율주행 면허 발급 조건이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우리나라는 자율차 면허를 위해 실기와 필기시험을 통과하면 되지만, 싱가포르는 현지에 필요한 서비스 발굴이 반드시 필요하다. 파트너 업체를 먼저 발굴하는 것이 1순위이며, 우리도 그 부분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양에서는 낮과 밤에 다른 코스로 운행하는 주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낮에는 공원까지, 밤에는 지하철역 인근에서 운행한다. 이 서비스는 안양시의 재원을 통해 운영되며, 기존 버스 운송회사가 자율주행 기술을 이관받아 운영하는 방식이다.

처음 시도되는 혁신적인 BM이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처음에는 무서워하는 분들도 많지만, 몇 번 타보면 금방 적응하고 믿음을 가지게 된다. 자율차를 많이 도입하고 서비스를 운영해 본 지역일수록 수용성이 높아진다. 미래 차 도시로 전환될 때 이점을 가져갈 수 있다. 시골 마을 등 인구가 적은 교통 소외 지역에서도 자율주행 자동차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타트업 씬에 뛰어들어보니 생각보다 기술 개발을 하고 있는 회사가 많지 않다. 기술을 해외에서 사 와서 수수료를 받고 한다. 일종의 중개무역이다. 시장이 있다면, 그리고 자체적으로 기술 개발에 뛰어들 수 있다면 스타트업, 해 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을 다녀봤고 교수도 해 봤다. 내가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자본주의라는 룰은 사업을 하라고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직접 사업에 뛰어들어야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작든 크든 이 무대에서는 지금 주인공이다. 무대를 더 넓히려고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