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빙은 셰어하우스의 다음 단계다. 방식과 규모가 다르다. 셰어하우스는 가족이 사는 집을 약간 변형해 입주자들이 나눈다. 집은 30~50평 규모고, 공용 공간인 거실과 부엌은 방과 붙어 있다. 공용 공간을 사용하면 사생활을 침해하게 되는 구조다. 예를 들어 늦은 밤에 거실에서 TV를 보기 어렵다. 그래서 공용 공간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가족이 아닌 성인들이 같이 살 땐 공용 공간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 오픈한 맹그로브 신설점은 400명 정도가 동시 거주한다. 공용 공간 규모가 크고, 용도도 과감하게 사용할 수 있다.

맞다. 두 가지를 분리하고, 공간의 쓰임을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해 내는 거다. 사적 공간과 공용 공간을 완전히 분리하면 개인 공간은 작아지는데, 그 안에서 부족함 없이 머무르는 데 필요한 가구 솔루션을 제시한다. 공용 공간에도 우선순위를 설정한다. 예를 들어 맹그로브 신설의 1순위는 코워킹 공간이다. 전체 인원의 85퍼센트는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좌석을 마련해 뒀다. 고객에 대한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공간을 구성했다.

맹그로브 신설을 만들기 전에 24명이 살 수 있는 규모의 맹그로브 숭인을 먼저 운영했다. 숭인점을 만들기 전엔 고객에 대한 깊은 스터디를 8개월 정도 했다. 인터뷰하고, 다른 코리빙 시설에 직접 살아보고, 해외 사례를 참고하면서 국내 고객들에게 필요한 주거의 모습을 그렸다. 그걸 반영해 숭인점을 만든 뒤, 실제로 고객들이 공간을 이용하는 방식을 관찰했다. 숭인점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규모를 키워서 신설점을 만든 거다.

고객마다 공용 부엌을 쓰는 방식이 다르더라.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었다. 요리에 재능이 있는 분들은 본격적으로 요리를 해서 여러 사람과 나눠 먹고 싶어 하고, 어떤 분들은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같이 이야기하면서 식사하는 걸 좋아한다. 컵밥 정도로 간단한 요리만 하고 싶어 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다 보니 세 번째 그룹 분들은 부엌에 오는 것 자체를 피하시더라. 그래서 신설점에는 세 가지 유형의 부엌을 따로 만들어 뒀다.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공간, 3~4명이 모여서 작게 요리할 수 있는 공간, 누군가 말 걸 걱정 없이 혼자 먹을 수 있는 공간이다. 같은 사람이라도 어떨 땐 어울리고 싶고 어떨 땐 혼자 있고 싶은데, 그런 니즈도 충족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이나 소비재를 만드는 기업들은 고객의 불편함을 끝까지 찾아가서 해결하지 않나. 소비재 산업이나 스타트업 같은 접근을 부동산 산업과 주거 시장에서 했다고 생각한다. 기존 주거 시장에선 집을 공급하고 나면 그 안에서 고객들이 어떻게 사는지 관찰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누구나 큰 집을 갖고 싶겠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을 선택해야 한다면 그 안에서 고객의 불편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집중했다.

누구의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주거인지가 중요하다. 결혼해서 아이가 있는 가족에게 지속 가능한 주거는 한 집에 오래 살되 비용의 변동성을 줄이는 거다. 그런데 우리 대상 고객인 사회 초년생과 대학생의 지속 가능한 주거는 다르다. 우선 유연해야 한다. 우리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사회 초년생들의 평균 주거 기간은 1년이 안 된다. 학교를 다니다가 다른 지역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어학 연수를 떠나는 등 변동이 많아서다. 코리빙은 계약 기간에 제한이 없다. 기존의 원룸보다 유연한 거다. 두 번째 지속 가능성은 공간의 하드웨어를 최대한 사생활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만드는 거다. 세 번째는 경제적인 부분이다. 주변 원룸의 대체재가 될 수 있도록 가격을 책정한다.

지속 가능한 주거가 되려면 적당한 거리감이 반드시 필요하다. 공간을 다섯 가지 위계로 나눴다. 가장 프라이빗한 공간, 세미 프라이빗, 세미 퍼블릭, 완전히 퍼블릭한 공간, 그리고 예약제로 사용하는 공간이다. 가장 프라이빗한 공간은 내 방이다. 여기에 수면과 수납, 물을 쓰는 공간이 있다. 부엌이나 세탁장은 남과 같이 쓸 수 있는 공간이지만 그렇다고 모르는 얼굴이 있으면 깜짝 놀라게 된다. 그래서 세미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얼굴을 인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로 함께 쓴다. 세미 퍼블릭 공간은 얼굴을 모르더라도 맹그로브 커뮤니티에 속한 사람들과 그 지인까지 올 수 있게 했다. 퍼블릭 공간은 누구나 올 수 있는 곳이다. 예약제 공간은 예약하면 완전히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사적인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와 커뮤니티에 속하고 싶을 때 자유자재로 공간을 오갈 수 있도록 했다.

원룸이 백지 상태라면, 코리빙은 가구와 시설이 모두 갖춰진 구조라 바탕색이 칠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위에 각자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도록 구성했다. 그보다 중요한 건 취향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맹그로브에 사는 대학생, 사회 초년생들은 나다운 삶을 어떻게 만들지 가장 고민이 많은 시기다. 내가 갖고 있던 네트워크의 한계를 벗어나 다양한 사람과 교류하고, 이야기를 듣고, 다른 삶을 경험해 보면서 방향성을 찾아갈 수 있다. 우리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프로그램들을 통해서도 나와 어떤 삶이 맞고 안 맞는지를 경험하셨으면 좋겠다.

코로나는 정말 큰 위협이다. 공유 주거의 가장 큰 장점이 공유 공간인데, 마스크를 하고 조심하면서 어렵게 써야 하는 상황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면서 프로그램도 많이 취소했다. 많이 긴장하고, 대비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한 가지 발견한 건 재택근무가 늘었는데 여건상 집에서 근무하기 어려운 분들이 많다는 거다. 우리는 공용 공간의 우선순위를 업무 공간으로 잡았는데, 이것 때문에 만족도가 급격히 올라갔다. 좁은 방 대신 워킹 라운지에서 일할 수 있어서다. 코로나가 끝나도 원격 근무는 계속될 거다. 쾌적하게 원격 근무를 할 수 있는 워크 스테이션의 가능성을 더 보게 됐다.

‘좀 좋은 고시원 아니냐’는 이야기도 듣는다. (웃음) 부동산 업은 맞다. 그런데 지금 부동산 업이 너무 낙후돼 있고, 공급자들이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원룸 시장의 현실은 정말 어렵다. 가구는 낡았고, 시설이 고장났을 때 주인에게 연락해야 할지 부동산 중개인에게 연락해야 할지도 불투명하다. 우리는 그런 시장에서 탁월한 서비스를 만들어 대안을 제시한다. 원룸의 대체재지만, 원룸에선 절대 할 수 없는 탁월한 경험을 드린다.

물론이다. 우리는 라이프 스테이지별로 주거 솔루션을 만드는데, 지금 하고 있는 건 사회 초년생과 대학생을 위한 거다. 그 단계를 지나면 다른 솔루션이 필요할 거다.

생애 주기별로 있다. 사회 초년생 다음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을 위한 솔루션을 찾으려 한다. 아이가 생기면 삶의 모든 게 바뀌는데, 대비하기는 어렵다. 주거 공간에서 육아라는 어려움도 덜고, 가정을 꾸려 가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커뮤니티를 통해 풀도록 하고 싶다. 그다음엔 액티브 시니어 단계다. 65~75세 정도 되는 분들로 사회에서 퇴직도 하셨고, 자녀들도 출가한 시점이다. 40~5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외로움이나 사회적인 고립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문제가 있다. 그걸 해결하는 솔루션을 만들려고 한다. 그다음엔 레이트 시니어다. 존엄하게 인생의 마지막을 맞이하기 위한 단계다. 지금 요양원 시스템의 문제를 푸는 거다. 지금 우리나라의 주거는 모두를 위한 60점짜리를 만드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위한 90점, 100점의 완벽한 해답을 찾고 싶다.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코하우징이다. 삶을 에너지 넘치고 즐겁게 살도록 해 이 세대가 겪는 사회적 고립감을 해결하려 한다. 지금 고객 조사 중이고 내년쯤 프로토 타입을 실제로 운영해볼 예정이다.

포용적인 세상이다. 각자 자신에게 충만하고 건강한 삶을 사는 거다. 자기답게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 다른 사람에 대한 강요도 줄어들 거라고 생각한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사회 초년생들을 위한 맹그로브는 그 시작점이다. 좋은 대안을 제시해 고객을 모으고, 그분들이 자기답게 사는 방법을 찾게 하고 싶다. MGRV는 임팩트 비즈니스 회사 HGI의 부동산 팀에서 출발했다.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 문제를 가장 지속 가능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비즈니스가 커질수록 사회 문제가 해결되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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