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s; 2023년을 떠나, 2024년에 닿는 이야기

한 해는 그렇습니다. 멀리서 보면 평범하고, 가까이서 보면 특별한 것 투성이입니다.

2024. 1. 2.

삶의 태도로서 내적 성장을 쌓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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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끝났습니다. 여러분에게 2023년은 어떤 해였나요? 2023년을 지나친 모두의 손 안에는 아쉬움과 후회가, 즐거움과 유쾌함이 뭉쳐진 덩어리가 남아 있을 겁니다. 우리 모두는 이 덩어리를 꽉 쥔 채 다시 2024년을 살아가겠죠. 울퉁불퉁한 덩어리의 표면을 매만지면서 말입니다. 사실 한 해라는 게 그렇습니다. 지나칠 때에는 너무도 특별한데, 지나친 뒤에는 평범함이라는 추상으로만 남습니다. 그래서 한 해가 끝나가는 게 괜히 아쉬운 걸지도 모릅니다. 추상을 넘어서기 위해 우리에게는 구체적인 레퍼런스가, 톡톡 튀는 영감이,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TALKS는 그래서 시작된 뉴스레터입니다. 평범함이라는 큰 단어에 모든 특별한 경험들을 모아 놓기에는 너무 아쉬우니까요. 지난주 요청드렸던 TALKS 구독자 분들의 이야기를 2024년의 첫 번째 인터뷰로 준비했습니다. 평범함과 특별함 사이에서, TALKS 구독자분들은 어떤 성장을 경험했고, 또 계획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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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한 해 성장하셨나요? 어떤 면에서, 어떻게 성장하셨다고 느끼나요?

성장한 것 같다. 아이가 덜 미워졌다. (꾸꾸맘)

늘 어떤 것이 깊어지고, 높아지고, 향상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났던 며칠간의 경험이 나를 성장시켰다. (가두)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든 것. 몇 년간 망설이던 이직을 시도했고, 성공했다. (뇽)
과분하지 않은 성장을 했다. 특히, 개인주의를 조금씩 버리기 시작했다. 주변에, 사람에 관심을 두면서 내 삶도 돌아보게 되었다. (빌림)
이전엔 열 시간이 걸려야 했던 일을 이제는 두 시간 만에 구조화하고, 나머지 시간에 질을 높이는 데 쓸 수 있게 되었다. 또, 다양성을 주제로 한 영화, 책을 접했고 남편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커리어에서도,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성장했음을 느낀다. (토비)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만의 언어를 만드는 길에 좀 더 가까워진 듯하다. (주흐)
2023년을 기점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겁없이 프리랜서 에디터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소속 없이 혼자서 일한다는 것의 기쁨과 슬픔, 유연하게 일하는 방법을 배웠다. 스스로를 인정할 수 있게 됐고, 눈치나 열등감도 많이 사라졌다. (최서연)
숨막히게 깨지는 시간을 거쳐야 했지만, 이제서야 조금씩 나를 돌볼 줄 알게 된 것 같다. (이윤서)

한 해를 보내며 아쉬운 점도 있을 텐데요, 어떤 게 있을까요?

순간의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했던 때가 가장 후회되고 아쉽다. 내 맘이 힘들다는 이유로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내비친 순간들, 사랑하는 사람에게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여과없이 보여 준 날들. (스리)
일단 올해만 보면 아쉬운 것은 없다. 정말 열심히 했다. (맹)
건강을 돌보지 않은 것. 업무가 걱정돼 주말에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김은영)
올 한 해는 지독하게 괴로운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전혀 아쉽지 않다. 하반기에는 괴로움을 해소할 방법도 찾았다. 그래서 더 아쉽지 않다. (가두)
아버지께서 편찮아지신 후에야 가족과 시간을 더 보내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가족사진 하나 없는 것이 아쉽다. (령룡이)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하는 것인지, 할 수 있는 일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연어)
시간을 알차게 쓰지 않은 점. 요즘 ‘분초사회’라고 하지않나. 한순간만 타올랐다가 나머지 10개월은 느슨하게 보냈다. 물론 그 10개월이 있었기 때문에 타오를 수 있었던 거라면 다시 기꺼이 같은 선택을 취할 수도 있겠다. (빌림)
회복탄력성을 목표했던 만큼 키우지 못했다. 아직도 완벽주의에 사로잡혀 과거에 연연하곤 한다. (몽쉘)
과거의 편집자는 저자를 세상에 소개하고, 또 그의 책을 소개하는 ‘고스트’와 같은 존재였고, 이같은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 ‘편집자의 미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 편집자도, 또 편집자의 일도 진화하고 있다. 이전보다 존재감 있게 독자들 앞에 나서야 하고, 또 그 과정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저자군을 발굴할 수 있어야 한다. 2024년에는 팀원들과 좀 더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 (중앙북스 조한별 편집장)
이렇게 아쉬운 점이 없었던 해는 처음인 것 같다. (민경)
조금 더 무모하지 못했던 것. 익숙한 길을 선택했고,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되었다. 이제는 아쉽게 느껴진다. (라몽)

2023년, 독자님에게 영감을 줬던 사람을 소개해 주세요. 그 사람은 누구이며, 어떤 영감을 받았나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중요한 이슈와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영화를 통해 풀어내는 능력에 감탄했고, 또 자극받았다. (서대문역사거리)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 장애인인 여동생을 시설에서 독립시키고, 그 삶을 응원하는 모습이나 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감명받았다. 직접 행동하는 모습이 여러모로 영감을 줬다. (연어)
챗GPT. 정보 검색 및 빠른 확인에는 좋다. 하지만 과연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기회와 경험을 올려 줄지는 잘 모르겠다. 과연 기술의 발전은 인간에게 득이 되는 것일까? (Jay)
이다혜 〈프리낫프리〉 편집장. 본인의 언어로 커뮤니티를 만들고 확장해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여성 리더는 커뮤니티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그 차별점을 엿볼 수 있었다. (주흐)
시지프스의 신화. 현재에 충실히 살아가는 이야기 속 인물들에 영감을 받았다. (김은영)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법륜 스님. 살아 있다는 것 자체를 위안 삼아도 괜찮다는, 생의 영감을 가장 일상적인 언어로 전달하는 사람들이다. (가두)
오마이걸 유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만들기 위해 누구보다 일상을 잘 지켜내는 단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의 의미를 새삼 생각하게 해줬다. (르코)
디자이너 시몽 포르테 자크뮈스.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다. 자유로이 바닷 속을 헤엄치는 듯한 사람으로, 유연하고 재치 있는 모습 자체가 영감이 된다. (몽쉘)
박서보 화백과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 두 분 모두 올해 작고하셨다. 그들의 삶은 짧았지만 예술은 길게 남을 것이다. 작품들 안에 남겨진 섬세한 조각들이 올 한해 정말 큰 울림을 줬다. (joy)
가수 윤종신. ‘너무 시대에 앞서지도 뒤서지도 않게 시대와 함께 가는 뮤지션’이라는 평가를 받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균형감에 영감을 받았다. (맹)
스페인 여행 중 지나친 현지 사람들. 물질적 풍요를 위해 일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냄비뚜)

2023년, 독자님을 깊은 사유에 빠지게 한 뉴스는 무엇이었나요? 그 뉴스를 접하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다룬 《뉴욕타임스》의 기사. ‘흑사병’ 당시처럼 한국의 인구가 급격히 감소 중이라고 짚었는데, 정말 우리 사회가 병에 걸린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주변 20대가 출산에 회의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유는 ‘지나친 경쟁’이었다. (김은영)
이태원 참사와 서이초 교권 침해 사건. “국가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거듭 스스로 되묻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연어)
챗GPT 관련 기사. 생성형 인공지능이 전자책과 종이책의 콘텐츠 집필은 물론 표지 일러스트와 디자인까지 모두 가능한 상황이다. 현명하게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중앙북스 조한별 편집장)
재개발 규제 완화 정책. 나이가 들어버린 도시에 대응할 방법이 정말 ‘신도시특별법’뿐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흐)
수차례 벌어진 묻지마 범죄. 어딜가나 사람들이 날이 서 있다. 다정한 사랑을 하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내가, 이 사회에 어떻게 하면 힘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joy)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보도. 인류에 대한 위험한 실험, 정치 판세에 따라 달라지는 목소리들. (웅그)
어르신들의 횡단보도 통행 시간을 다룬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의 기사. 늘 바쁘게 지나치기만 했던 곳을, 누군가는 이런 시선으로 살피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두두)

2023년, 독자님을 설레게 만든 한마디는 무엇이었나요? 가장 설렜던 순간을 알려 주세요.

“그래도 웃으며 살아라.” 바닥이라 생각했을 때 한 선배가 건네준 한마디였다. (서대문역사거리)

“신입” 20대의 끝자락이다. 이 나이에 다시 대학교 졸업생 친구들처럼 공채 신입 사원을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고, 설렘이었다. (김은영)
“내게 있어 자유란,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의 재즈 아티스트 니나 시몬의 말이다. 난 지금까지 무엇을 그렇게 두려워하며 살았을까? (중앙북스 조한별 편집장)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이번 한 주도 고생하셨네요.”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 그간 어려움을 느끼고 부던히 마음을 써온 부분을 터놓았을 때에 들은 말이다. 진심이 전해져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자스민)
“서비스로 하나 더 드릴게요.” 진짜 맛있는 붕어빵 집을 찾았는데, 덤까지. (가두)
“좋아요. 한번 같이 해봅시다.” 인턴 면접에서 들은 말이다. 회사의 여정에 내가 함께하게 된다는 의미였다. (라몽)
“큰 바다, 넓은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 몇 년 전 수능 필적 확인 문구였다. 당시 가슴이 뛰었고 지금도 뛴다. (맹)

2024년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소화제 없이 소화시키기. (가두)
콜드 메일을 많이 보내기. 사람 만날 기회를 많이 만들어 기회의 풀을 넓히기. (주흐)
책 한 권의 저자가 되는 것. (소네)
버티며 성장하기. (승화)
주변 사람들을 챙길 수 있을 만큼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 (자스민)
일하며 보고 느낀 것을 글로 더 많이 남기기. (맹)
일상을 카테고라이징 하는 것. (스리)
더 많이 도망치고, 더 많이 실패할 것. (이윤서)

2024년 새해, 내가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천천히, 심호흡 하자 (승화)
수고했다. 넌 잘할 거다. (김은영)
두려워하지 말자. 내가 원하는 대로 될 테니까. (중앙북스 조한별 편집장)
불안하지만, 잘하고 있다. 나를 믿자. (주흐)
흔들리되 가라앉지 말자. (최진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joy)
힘들 땐 리드미컬하게. (iamjuun)

한 해 동안 치열하게 성장하신 TALKS 구독자 분들의 2024년을 북저널리즘이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2024년에도 TALKS는 구체적인 레퍼런스로, 톡톡 튀는 영감으로,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이야기로 변함없이 돌아오겠습니다. 2024년의 성장도 북저널리즘 TALKS와 함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