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는 한 인물이 외부와 만나는 최초의 기쁨이고, 난 어떤 좋은 기억을 이 세상에 남길 것인가를 생각한다. 이제는 밖에서도 안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의 얼굴은 그대로지만 많은 것이 바뀌었다. 코로나19를 겪기 전의 문법으로 지금을 설명할 수 없다. 우리에겐 새로운 언어가 필요하다. 인터뷰 시리즈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를 연재하며 수집한 언어를 모아 《위대한 대화》를 출간한 김지수 기자를 만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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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우리에겐 《위대한 대화》가 필요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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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천재적인 두뇌와 획기적인 탁월함을 가진 발명가들이 인류 문명을 발전시켰다. 코로나19로 생산의 질주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그동안 모두가 깨달았다. 더 이상의 독주는 안 된다. 변한 세상을 새로이 명명할 언어가 필요하다. 이제는 발견자들이 각광 받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새로운 언어를 포착하는 발견자들의 총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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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적으로 성찰, 돌봄, 회복, 이웃을 말하고 있다.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후회’를 삶을 바로잡고 싶어 하는 건강하고 본질적인 충동이자 나 자신의 진실에 관해 묻는 출발점으로 설명한다. 《마이너리티 디자인》의 저자 사와다 도모히로는 ‘일’이란 나를 내어주고 상대를 내어 받으며 돌봄과 민폐 속에 서로의 삶을 포개어 가는 것이라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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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 시대에 필요한 언어를 길어 올리기 위해서 최전선에 있고자 했더니 《위대한 대화》가 나왔다. 8년째 연재하고 있는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는 변화를 겪었다. 사람이라는 아름다운 행성을 탐구한다는 의도에 맞게, 초반에는 배우나 예술가를 주로 인터뷰했다. 그 이후로는 끌림에 의지했다. 인터뷰어로서의 욕구에 충실하기도 했고 독자의 반응에 따르기도 했다. 시대의 요구에 따라 만난 사람들은 하나의 방향성을 띄었다.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자존가들》, 《일터의 문장들》을 거쳐 《위대한 대화》에 이르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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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테이크(risk take)해야 하는 곳이고, 그렇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는 곳이고, 계속 비기너가 되는 곳이다. 우주 정거장 같기도 하다. 생김새와 의견이 모두 다른 사람들이 섞이고 만나는 곳이다. 외롭고 힘들기도 하지만, 평생 발견자로 살 수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길어 올린 언어를 연결하는 것이 마인즈 커넥터, 나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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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캐치프레이즈 같은 것이다. 스스로 역할과 정체성을 계속 발견해 나가고 있다. ‘내가 언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구나’ 하면서 말이다. 이제는 어떻게 명명하는지에 따라서 운명이 달라진다. 많은 사람이 조금 더 정확하고 선명하게 자신을 발견하고 표현하고 명명하고 선언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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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가 아닌 자연인 김지수는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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낄낄거리기도 하고, 나의 고통을 독백처럼 쏟아내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를 떠들기도 한다. 완벽하게 안전한 자리라고 생각하는 경우, 타자에 대한 믿음이 있는 경우,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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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공간에서 에너지를 나누는 것이다. 《그럴수록 우리에겐 친구가 필요하다》를 쓴 독일의 심리전문가 이름트라우트 타르는 우정을 최고의 성취로 설명하며, 우정은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시작된다고 답했다. 지금은 대화가 많이 없어졌다. 발화 자체가 별로 없다. 대부분의 교류가 스마트폰에 닿는 터치로 이뤄진다. 서로 간의 파동을 공유하는 대화가 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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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다고 여기는 공간이 별로 없기 때문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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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 있다. 어느 때보다 갈등 산업이 번성해 있다. 가장 많은 언어를 퍼뜨리는 것이 언론인데, 갈등 산업에 깃발을 들고 나서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선하게 명명할수록 선해진다. 언어가 세계의 질서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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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함의 에너지도 다양하게 변주되어야 하는 것이다. 경영저술가 사이먼 시넥은 저서 《인피니트 게임》을 통해 세계의 룰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결승점이 없는 무한 게임, 플레이의 지속만이 유일한 목적인 게임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우린 지속하기 위해 끝없이 선함의 증거를 수집해 서로에게 명분이 되어야 한다. 그 안에서 사람은 고갈되는 자원이 아닌 의지력을 가진 존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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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에게 정성 어린 눈길을 보내는 김지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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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의 인터뷰에는 사람을 귀하게 대하는 시선이 묻어나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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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모두 아름답거나 눈물겹다. 각자 다르기 때문에 아름답고, 시간이 유한하기 때문에 눈물겹다. 유한하다는 것은 헤어짐을 내포하는 것이다. 유한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동지애로 인해 연민과 연대가 생기는 것이라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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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연대했다. 그들은 김지수의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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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인터뷰어로서 자아가 높았다. 직업인으로서 김지수는 자연인 김지수보다 똑똑하고 헌신적이고 자제력 있는 존재다. 그 간극 속에서 스스로 비하하고 괴로워하기도 했다. 특히 성찰과 회복을 담은 이번 대화를 통해 많이 성장했다. 직업인과 자연인 사이의 균형을 찾으며, 조금 더 괜찮은 나로 나아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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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받은 일이라 생각한다. 일본 브랜드 미나 페르호넨의 창업주 미나가와 아키라에게 ‘옷이란 무엇인가’ 묻자 이렇게 답했다. “몸이 바깥 세계에 닿는 최초의 기쁨이다. 그래서 나는 무슨 일을 시작하건, 분야에 상관없이 ‘어떤 좋은 기억을 만들고 싶은지’ 생각하라고 한다.” 그 답이 좋았다. 응용해 답하자면, 인터뷰는 한 인물이 외부와 만나는 최초의 기쁨이고, 난 어떤 좋은 기억을 이 세상에 남길 것인가를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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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을 향한 몰입 그 자체, 끝없는 경탄이다. 상대방에 대한 호기심과 존경심을 가지고 몰입하다 보면,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상대방이 했던 말의 한 마디만 그대로 따라해도 대화는 이어진다. 중요한 것은 상대에 대한 믿음이다. 반드시 어떠한 대답을 들어야 한다는 안절부절이 없어야 가능하다. 경험에 의하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탄이 있다면, 상대는 꺼내지 않은 질문에도 대답하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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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전학을 많이 다니며 끊임없이 새로운 곳에 나를 던져야 했다. 서글펐지만 그것이 지금 나의 경쟁력이 된 것 같다. 발견자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호기심이다. 호기심은 세상을 향해 고정관념 없이 열린 태도다. 궁금해한다는 것은 내가 모른다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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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도 어느 정도 마음 먹어야 하는 부분이다. 이 책의 인터뷰이들은 공통적으로 바탕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독백은 뻗어 나갈 수 없다. 대화에는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굉장한 헌신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경청이다. 정말 중요한데 많이 말해져서 진부하게 느껴지는 것이 호기심과 경청이다. 호기심과 경청으로 이루어진 대화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예술 장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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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쓰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는 김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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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문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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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최고의 문학은 대화라고 생각한다. 정지아 장편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에서 가장 생동감이 느껴지는 것도 대화 부분이다. 인터뷰는 너의 말이 나의 글이 되는 것이다. 그대로 옮긴다고 해서 그대로 옮겨지는 것도 아니다. 인터뷰어는 인터뷰이의 뉘앙스를 포착하고, 발견자로서 맥락을 재구축한다. 그 과정에서 시선과 온도, 미의식과 자의식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인터뷰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함께 낳은 것이고 그래서 문학이라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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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김지수 기자의 인터뷰에는 비유적인 표현이 많다. 작중 화자처럼 중간중간 등장해 상대방을 묘사하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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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인 실험을 많이 했다. 안톤 체호프의 희곡처럼 쓰기도 하고, 클로징부터 쓰고 시간의 역순으로 짚어가기도 했다. 상대방이 전해준 가치를 더욱 가치롭게 만드는 것이 인터뷰어의 역할이기도 하다. 상대방의 이야기가 아름답게 전달되길 항상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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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입에서 아름다움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많이 듣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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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적인 시선을 가지고 다양한 인물과 사건, 상황을 콜라주하는 것도 전달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의심하고 실체를 밝혀야 하는 분야에서 팩트라는 터프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내가 하고픈 것은 그게 아니다. 선한 언어와 증거로 세계를 명명하고 재구성하는 것이다. 한 발짝 물러서 거리를 두고 전체 형상을 보려는 노력도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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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의 언어가 참 재미있다. 얼마 전, 황화자 할머니의 시 〈오직 한 사람〉을 읽었다. 그대로 읊으면 다음과 같다. "유방암 진단 받은 나한테 남편이 울면서 하는 말, "5년만 더 살어." 그러던 남편이 먼저 하늘 나라로 갔다. 손주 결혼식에서 울었다. 아들이 동태찜 사도 눈물이 났다. 며느리가 메이커 잠바를 사줄 때도 울었다. 오직 한 사람 남편이 없어서." 경쟁적이고 자극적인 지금의 언어 사이, 생각지도 못한 천진난만함과 세상을 향한 다정함이 숨어 있다. 소수성은 창조의 가장 큰 꼭짓점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언어들을 연결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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