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적인 일은 회사에 속해 돈을 버는 거다. 카카오 브런치의 브랜드 마케터로 4년째 일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수입도 생겼다. 최근 출간한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로 받는 인세나 책에 관련한 작업이다. 회사 일과 개인의 일을 병행하고 있다.

많이 일치한다. 개인과 회사의 일을 분리하는 분도 많은데, 나는 교집합이 크다. 애초에 책을 쓰기 시작한 것도 일을 잘하고 싶어서였다. 브런치 작가님들을 잘 이해하려면 내가 직접 출간을 경험해 봐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작가님들이 글을 쓰는 궁극적인 목적은 퍼스널 브랜딩이다. 그런 사람들과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도 퍼스널 브랜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걸 정리하는 과정이 책으로 나왔다.

그렇다. 나는 선천적으로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누군가 일하는 게 재밌냐고 물어보면 매번 재밌다고 답한다. 괴로울 때도 있지만, 그것도 재미의 일부다. 그래서 가능하면 평생 일하고 싶다. 로또에 당첨돼도 일하고 싶다. (웃음) 일하지 않으면 불행할 것 같다.

맞다. 책을 쓰기 전엔 불안함이 있었다. 카카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큰 회사고, 여기 소속돼 일하는 게 좋은데 이게 과연 궁극적인 안정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퇴사하게 될 텐데, 내 이름 앞에서 카카오 브런치 브랜드 마케터라는 수식어를 떼면 자연인으로서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뭔가를 하고 싶었고 그 방법이 퍼스널 브랜딩이었다.

전엔 ‘나는 일을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것도 어려웠다. 워커홀릭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지 않나. 워커홀릭인 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했고, 건강하지 않은 거 아닐까 의심도 했다. 자신을 정의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단단한 자아가 만들어진 것 같다. 이젠 덜 불안하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을 안 갔고, 일단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지금 16년 차가 됐더라. 직장을 처음 가진 건 스물두 살 때였다. 직원이 2명인 오픈마켓 판매자 쇼핑몰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다음 회사는 직원이 7~8명인 쇼핑몰이었다. MD로 일했다. 몇 년 일하다 보니 이 정도 규모의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는 건 다 해본 것 같더라. 회사를 그만두고 놀았다. (웃음) IT업계로 온 건 2010년이었다. 돈이 떨어져서 닥치는 대로 이력서를 냈는데, 첫 번째로 연락 온 회사가 웹 에이전시였다. MD로 일하면서 편집 몰의 관리자 페이지를 써봤던 경험이 있어서 바로 웹 기획을 시작할 수 있었다. 2016년 티스토리 서비스 기획자로 카카오에 입사했고 브런치 팀에 마케터로 합류한 건 2018년이다. 그때 직업 전환을 한 거다.

카카오로 이직하고 나서 안정적인 환경에서 직접 프로덕트를 기획하는 걸 경험하고 나니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생기더라. 기획자로 일한 지 7년 차 됐을 때였다. 계속 기획자로 일하면 미래에 뭐가 될지 떠올렸다. PM 혹은 관리자 역할을 하게 될 텐데, 내가 그걸 원하는지, 잘하는지 고민했다. 기획자로 좁게 들어가기보다 다른 영역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늘 브랜딩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변하지 않는 것, 철학에 관심이 있고 답이 수학적으로 딱 떨어지지 않는 영역이 더 재밌다. 그래서 회사에 요청했다. 같은 팀에 있던 브런치가 마침 오픈한 지 3년 차였고, 브랜딩이 필요한 시점이어서 옮기게 됐다.

마케팅은 내 입으로 ‘저는 좋은 사람입니다’ 말하는 거라면, 브랜딩은 타인으로부터 ‘당신은 좋은 사람이군요’라는 말을 듣는 거다. 타인에게 일어나는 인식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지금 그런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합류했을 때 론칭 3년 차였던 브런치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발견하고, 앞으로 어떻게 인식되어야 할지 디자인해서 그걸 위한 작업을 해왔다.

사람 나름이다. 나는 타인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지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잘러’로 보이고 싶고, 브랜딩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인식되고 싶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일은 단지 생계고, 그것과 전혀 관계없는 취미 활동으로 개인 브랜딩을 하고 싶을 수 있다.

완전히 주체적으로 봐야 한다. 회사 안의 나, 조직 밖의 나를 각각 규정하는 것도 결국 조직 중심적인 시각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서 출발해야 한다. 나는 이런 사람이니까 조직과 연결할래, 완전히 밖에서 일할래 등의 결론이 나와야 한다.

책 쓴 기간과 동일하다. 1년 8개월 정도다.

창업자 이본 쉬나드가 파타고니아의 이야기를 담은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이라는 책이 있다. 목차에서부터 감동했다. 1장 역사, 2장 철학이 구성의 전부다. 쓰는 데 15년이 걸렸다고 한다. 압도적인 성과를 내서 철학만으로도 이런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고 하더라. 나를 발견하는 과정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불안해하는 사람들은 이미 시대 흐름을 예민하게 포착하고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불안하다는 것 자체가 이미 트렌디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쓴 책 리뷰를 찾아보면 책을 읽거나 강연을 듣고 나서 브런치 글쓰기를 시작했다는 글이 많이 보이더라. 브런치 작가였는데 글을 발행하기가 주저돼서 공개하지 못하다가 용기를 얻었다는 분도 있었다.

지금 회사나 동료들은 개인 브랜딩을 굉장히 응원해 준다. 그런데 만약 회사가 이걸 못마땅하게 생각했다면 나는 책 내기를 포기했거나, 책에 회사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을 거다. 지금은 조직의 시대에서 개인의 시대로 넘어가는 시기다. 개인의 개성과 창의성이 더 중요한 사회가 될 거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조직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좋은 인재를 놓치기 때문이다. 리더와 경영진도 변해야 하고, 같이하는 동료들도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한편 직원이 회사 일은 지지부진한데 개인 활동만 잘해서 못마땅할 수도 있다. 그러면 직원은 객관적으로 내가 회사 일에 너무 태만했던 거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회사는 그 사람이 개인 브랜딩은 이렇게나 잘하는데 회사 일은 못하는 이유가 뭔지 찾아야 한다. 강점을 발휘할 기회를 못 준 거라면 회사가 일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거다.

직장인이 직업적인 일과 브랜딩을 연결할 땐 내가 했다고 크레딧을 공개할 수 있는 일, 어떻게 했는지 나만의 레시피를 공개할 수 있는 일, 아직 프로젝트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여도 과정을 공개할수 있는 일 등이 세분화된다. 이런 건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요소는 아니다. 속한 조직, 일의 종류, 동료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일을 했다는 팩트만 말하는 게 아니라 일에서 어떤 인사이트를 얻었는지 말하면 그 콘텐츠는 내 이야기가 된다. 그땐 회사에 허락을 구할 필요가 없다.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는 브런치의 마케팅 방법을 말하는 책이 아니다. ‘거기서 배운 걸 통해 나는 이렇게 생각해’를 말하기 때문에 나만의 콘텐츠다.

그걸 나는 ‘내가 나를 고용했다’는 마인드로 일하는 거라고 표현한다.

맞다. 팔로워 숫자보다 팔로워가 어떤 사람인지, 그들에게 나는 어떤 이미지로 각인되고 있는지, 앞으로 뭘 보여 주고 싶은지가 중요하다. SNS의 순기능을 활용하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속 가능한 삶에 관심이 있다면 비슷하게 사는 사람을 팔로한다. 내 삶 중에서도 그런 모습을 중점적으로 보여 준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원하는 사람들과 연결될 거다. 나는 일에서도 누구와 어울리게 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브런치에서 일하면 작가님, 출판업계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고 그 사회에 속하는 게 나에겐 도움이 될 거라고 봤다.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대학교 졸업식 연설 영상이다. 지칠 때마다 한 번씩 본다. 볼 때마다 운다. 눈물 버튼이다. (웃음) 미래를 위해 뭔가를 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살아온 삶을 스스로 칭찬해 주는 것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영상을 보면 나도 참 애썼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게 나한테는 자극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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