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박지현 이전에 인간 박지현을 소개해 달라.

신간 《이상한 나라의 박지현》이 화제다. 목차가 직설적이었다.

민주당 전당대회 때 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그때 냈으면 훨씬 거칠고 날 선 책이 됐을 것 같다. 기자님들 가운데는 그런 책을 기대하신 분들도 있던 모양이다. 출판 기념회에서 만났는데 생각보다 순한 맛이라고 하시더라. (웃음) 읽기 불편하다는 분들도 계셨다. 재밌고 쉽게 읽었다는 반응도 있었다. 처음 정치에 들어왔을 때 생소한 정치 용어가 많아 애를 먹은 기억이 있다. 청년들에게 함께 정치를 하자고 건네는 프로포즈인만큼 책을 쉽게 쓰려고 했다.

박지현이 “정치하자”라고 손 내민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전엔 추적단불꽃의 ‘불’로 ‘n번방’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와 싸웠다. 무엇이 박지현을 정치로 이끌었나?

압축적인 82일이었다. 민주당 공동 비대위원장 시절을 어떻게 자평하나.

이전까진 디지털 성범죄 근절 활동가였지만 비대위원장은 모든 것을 다 할 줄 알아야 하는 자리였다. 주말마다 교수님들과 공부하고 과외받고 기사를 찾아보고 책을 읽으며 공부를 계속했다. 하루에 네 시간 자면 많이 잔 것이었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었다. 1분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자신한다. 주어진 시간이 짧다는 걸 알기에 더 많은 걸 하고 싶었다. 가령 박완주 의원 성 비위 의혹 당시 무조건 내가 키를 잡아야겠다 생각했다. 피해자 보호와 빠른 제명으로 달라진 민주당의 모습을 보여 드렸다고 생각한다. 반면 ‘이때 이렇게 했더라면’하는 아쉬운 점도 많다.

공천 관련해서도 잡음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제언의 의미가 없잖은가. 의사 결정 시스템이 어떻게 되나.

비대위 차원에서 결정을 내릴 때 대부분 다수의 의견으로 결정이 난다. 문제는 당에서 마음에 안 드는 결정이 나왔을 때 쉽게 “박지현 때문이다”라는 식의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공천이 떨어지면 페이스북에서 박지현을 저격한다거나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당시 공동 비대위원장인 윤호중 의원도 계셨지만 그분께 못할 말을 내게는 너무 쉽게 했다. 당을 위해서 한 일이 뭐가 있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비상대책위원장은 무엇을 하는 자리인가?

비대위는 말 그대로 당이 비상 상황일 때 꾸려지는 것이다. 그 시기에 당을 이끌고 대책을 제안하고 국민 앞에 더 나은 모습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이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계속해 반성과 쇄신을 말했고 그것이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 이해했다. 내로남불, 온정주의를 타파하고자 했던 노력이 이상한 아이 취급, 내부 총질 취급을 받아 아쉬웠다.

쇄신과 내부 총질을 가르는 기준이 있다고 생각하나?

의제가 한정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시의성 있는 문제들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도 필요했을 터다.

지금 시대는 의제 별로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 생각한다. 최근 《타임》지에서 ‘넥스트 100인’에 선정되어 두바이 행사에 다녀왔다. 환경 이야기가 주된 이슈였는데, 우리나라 정치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너무 적다고 느꼈다. 외교는 다양성·기후 위기와 별개로 얘기할 수 없고, 경제 역시 ESG 경영이나 노동 의제를 따로 두고 말할 수 없다.

당시 비대위원장으로서 많은 사안에 매번 입장을 냈어야 했다. 경제든 외교·안보든 늘 논평 해왔지만 이재명 대표를 비판할 때나 성범죄 관련 이야기를 할 때만 열심히 기사가 나더라. 아쉬웠다. 물론 스스로 너무 부족하다는 걸 알기에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해 최근 ‘솔루션 2045’라는 청년 정책 기구를 만들었다. 전문가와 교수님들, 청년들과 함께 다양한 문제를 논의한다. 격주 화요일마다 릴레이 세미나도 한다. 참가비 없이 누구나 오실 수 있다.

책에서 민주당의 팬덤 정치를 비판했다. 다만 현실 정치는 그 자체로 팬덤 만들기이기도 하다. 팬덤의 어느 지점이 문제인가?

폭력적 팬덤이 문제다. 이는 다양성을 해친다. 다른 이야기를 수용하지 않는다. 주류와 다른 이야기를 했을 때 엄청난 문자 폭탄이 온다. 최근 이재명 대표 체포 동의안 가결을 주장했다가 또 엄청난 문자들을 받았다. 각종 욕설이 섞인 비난이 대부분이다. 이는 대화와 타협을 하려는 자세가 아니다. 건강한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 국회의원들은 표를 의식하니 폭력적 팬덤에 쉽게 끌려다닌다. 제대로 된 대화의 장을 만들지 않고 지금과 같은 양상이 계속되면 국민들의 불신이 쌓이실 것으로 생각한다.

국민의힘의 지난 선거 전략 중 하나는 속칭 ‘이대남’ 팬덤이었다. 이들은 폭력적 팬덤인가?

능력과 공정이라는 키워드에 공감하는 이준석 전 대표의 팬덤으로 볼 수 있겠다. 폭력적 팬덤의 모습도 일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차이점은 그 모습이 당내에서 표출된 게 아니라 외부로 향했다는 점이다. 이분들이 느끼는 아픔과 어려움은 정치의 영역에서 해결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이 전 대표의 갈라치기 속에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로 발현됐다. 우리는 힘들 때 누구든 탓하고픈 속성이 있는데 그 대상을 설정함으로써 팬덤을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은 박지현을 사실상 내쳤다. 그럼에도 왜 민주당인가?

‘586 용퇴론’을 비롯 포괄적인 정치 개혁을 주장한다.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무엇인가?

제도와 사람 말고 여의도 정치 전반에서는 무엇이 바뀌어야 하나?

책에서 청년 정치를 청년을 위한 ‘당사자 정치’가 아닌 ‘새로운 아젠다를 다루는 정치’로 규정한다. 꼭 청년이어야 할 이유가 궁금하다.

청년 정치를 위한 제도는 모든 정당에 있다. 그럼에도 청년 정치는 왜 확대되지 못하나?

정치에 청년의 정신이 수혈되면 어떤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하나?

국민의힘 천하람 후보에 대해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청년 정치를 잘하는 당이 있다고 보나?

출간기념회에서 출마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차후 행보가 궁금하다.

책 말미에 그럼에도 정치인의 길을 걷겠다고 했다. 정치인 박지현이 꿈꾸는 ‘이상하지 않은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