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로 일하면 평생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데 창업에 뛰어든 이유가 궁금하다.

마인들링은 어떤 서비스인가.

병원 혹은 상담 센터에 가야만 받을 수 있는 상담 과정을 앱으로 구현했다. 전문가 없이도 나를 분석하고 상담 코스를 밟아 나갈 수 있다.

상황 설정이라는 게 어떤 것인가?

상담인데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도 특이하다. 왜 이런 방식을 택했나?

정신과 의사로 몇 년간 일하며 내가 느꼈던 정신 질환 치료의 몇 가지 허들이 있다. 하나는 스티그마다. 내가 심리 상담을 받는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있고, 나의 상황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싫은 것이다. 또 다른 허들은 비용이다. 1회 상담에 몇 만 원씩 내는데 꾸준히 내원해야 하니 치료 한번 시작하면 몇 십만 원이 깨진다. 시간의 허들도 있다. 의사를 만나러 갈 시간이 없는 환자에게 정신 질환 치료는 계속 후순위가 된다. 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100명 있다면 그 중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12명뿐이다. 그만큼 현재 우리 사회에서 정신 질환 치료를 받으러 가기까지의 허들이 너무 높다. 여기에서 사람의 개입을 소거하면, 세 가지 허들 모두 대폭 낮아진다.

사람 없는 상담에서도 효과가 나타나는지 궁금하다.

우리도 그 부분이 가장 궁금했다. 놀랍게도 마인들링 유저 대상으로 서비스 이용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우울감이 약 38퍼센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항우울제를 6주간 복용한 환자는 우울감이 32퍼센트 감소한다. 약물 처방이나 사람의 개입 없이도 충분한 효과를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단순히 치료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병원에 오는 환자분들도 있지 않나. 내가 힘들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털어 놓고 싶어하는 심리가 꽤 클 텐데.

말씀해 주신 것처럼 휴먼 인터랙션에 대한 요소도 고려하고 있다. 마인들링 유저 대상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상담 코스에서 ‘전문가가 있으면 좋겠다’라고 답한 사람이 절반 정도였다. 그런데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40~50분씩 진행되는 길고 집중적인 상담이 아니었다. 내가 힘들 때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물어보고, 응원받는 것이었다. 이건 짧은 인터랙션만으로도 가능하다. 나를 서포트해 주는 존재가 있다는 감각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그래서 마인들링 서비스에 휴먼 터치가 가미되더라도 전적인 상담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단계에서 나에게 맞는 코치를 배정받고 필요할 때 질문하는 방식을 고려 중이다.

한편으론 위급한 상황에 처한 환자가, 앱을 깔 생각까지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마인들링의 현재 목표는 모든 환자의 모든 증세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다. 퀄리티 오브 케어를 높이려는 것이다. 예컨대 약물 치료를 하던 환자가 약물을 끊으려면 스스로 강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의사 처방 이후엔 환자가 케어의 영역 밖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혹은 내가 우울 증세가 있는 듯해 도움을 받고 싶을 때도, 일반인 입장에서 병원에 가는 것 외엔 해결책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정신 질환을 겪는 사람들이 시도해 볼 수 있는 옵션은 많아져야 하고, 마인들링은 그 시장을 열고자 한다.

이런 플랫폼이 많아지면 의사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질까.

사람에 의존하게 되는 기존 정신과 치료의 한계를 기술적으로 보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모든 치료엔 주관적인 시그널 외에 객관적인 시그널도 필요하다. 그런데 정신 질환은 엑스레이를 찍을 수도, 피검사를 할 수도 없다. 한 가지 있다면 현재 정신과에선 자율 신경계 기계를 통해 스트레스 수치를 파악하고 있다. 크고 무거운 장비가 있어야 가능했던 검사인데, 최근 포티파이에서 이를 스마트폰 카메라로도 측정할 수 있는 HRV 서비스를 개발했다. 개인이 자신의 스마트폰 카메라에 손가락을 대고 몇 초 가량 대기하면 나의 현재 스트레스 정도와 이겨내는 정도가 나온다. 이 데이터를 성격 검사와 연동해 이를 기반으로 나에게 맞는 상담 코스를 제시한다.

HRV 서비스와 함께 올초 CES 2023를 찾았다. 현장에서의 반응은 어땠나?

이외에도 마인드 케어에 어떤 기술적 솔루션이 가능할지 궁금하다.

정신 질환은 다른 질병과 달리 정말 복잡하다. 증상을 판별하는 기준만 몇 백 페이지에 달한다. 기존의 정신과 치료는 상담사마다 다른 기준, 다른 가이드라인을 참조해 이런저런 치료법을 시도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우리는 알고리즘을 통해 어떤 유저에게 어떤 프로그램이 최적일지를 매칭한다. 현재 마인들링에서 제공되는 800개의 콘텐츠에 이를 적용하고 있으며 이는 점차 효과와 효율을 높이는 형태로 고도화할 예정이다. 또 휴먼 터치 부분에서도 상담사들이 직접 채팅에 참여하는 방식 외에 알고리즘 등으로 대체할 방식은 없을지를 고안하려 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각종 우울 증세는 만연한 문제다. 꼭 병적인 불안이 있지 않더라도 내 마음을 잘 관리하고 싶은 것은 누구에게나 해당될 텐데.

그렇다. 특히 MZ세대를 비롯해 오늘날의 많은 직장인들이 멘탈을 관리하고, 번아웃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나와 맞는 일인지, 이 조직에서 일하는 게 나만 힘든 것인지를 알고 싶어한다. 반대로 기업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퇴사자가 많다, 근로자들의 번아웃이 심하다는 뉴스가 매일같이 나오는 시대지만 회사 입장에선 무엇부터 어떻게 풀지를 모른다. 지난해부터 기업 차원의 문의가 많의 오는데 여기서도 마인들링은 B2B, B2C 차원의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인가?

결국 내 마음 상태를 정확히 알고, 약한 부분을 관리해 나가는 것이 많은 일의 중심이겠다.

말씀하신 부분이 창업할 당시의 고민과도 무관하지 않다. 의대 졸업 후 바로 의사가 되지 않고 5년간 여러 인더스트리를 오가며 근무했다. 그 시간 동안 느낀 것은 어떤 일에서든 내가 어떤 마음 상태로 임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인간이란 존재가 작동하는 방식의 중심엔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마음 관리는 언제나, 누구에게든 필요하다. 매일 커피를 마시고 산책을 하는 것처럼 쉽고 간편해져야 한다. 의사로 진료할 당시 증상이 생긴 뒤 훨씬 나중에, 뒤늦게 오는 분들이 참 많았다. 누구든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도록 마인드 케어의 허들을 낮추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