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토크하다》 저자 엄기영

왜 지금 ‘토크 뉴스’인가?

‘토크 뉴스’가 매일 방송된다. TV, 라디오, 유튜브 어디를 틀어도 대화 형식의 뉴스 프로그램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됐다는 것은 데일리 뉴스 생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뜻이다. 영향력도 과거와는 달라졌다. 딱딱한 뉴스를 외면하던 젊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 이 현상을 아우르는 설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토크 뉴스는 기존 뉴스와 무엇이 다른가.

전통 방송 뉴스는 기자 리포트를 중심으로 전달된다. 기자가 취재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형식으로 간결한 요약이 핵심이다. 토크 뉴스는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전달된다는 점에서 새롭다. 의견이 오가는 과정에 관점과 해석이 담긴다. 누가 말하냐에 따라 뉘앙스도 달라진다.

뉴스는 객관적 팩트를 중시하지 않나. 토크 뉴스를 ‘뉴스’ 트렌드로 봐도 되는 것인가.

팩트만으로는 부족하고 복잡한 시대다. 대화라는 건 단편적인 사실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유와 근거가 필요하다. 속 시원하고 재미있게 말이다. 시청자는 이러한 관점에 반응한다. 토크 뉴스가 인기 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이 형식을 활용해 어떻게 저널리즘 가치에 부합하는 뉴스를 만들 수 있을지, 어떻게 더 좋은 뉴스를 전달할 수 있을지 뉴스 생산자 측면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더 좋은 뉴스를 만들려는 노력이다.

20년 차 기자로서 토크 뉴스를 트렌드로 느낀 시점이 궁금하다.

2019년쯤이다. 유시민 작가의 ‘알릴레오’와 홍준표 현 대구시장의 ‘홍카콜라’ 등 정치인의 유튜브 채널이 화제였다. 이런 채널들에서 나오는 속 발언은 연일 이슈가 됐고 뉴스가 됐다. 이를 옮겨 쓰는 언론을 향해 ‘받아쓰기 저널리즘’이라는 비판도 일었다. 그 시기에 뉴스 생산과 소비의 큰 변화가 일어난 것 같다. 어느 순간에 시청자가 유튜브를 통해 얻는 정보도 뉴스라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경제, 인문, 과학 등 온갖 지식 셀럽 채널에서 보고 듣고 정보를 얻는 것에도 익숙해졌다. 유튜브 등 OTT 문법에 익숙해져 있는 시청자에 뉴스도 적응해야 할 때라고 봤다.

‘100분토론’ 20주년 특집에서, 두 사람의 토론을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확장했다.

OTT 문법을 정통 시사 토론프로그램 영역으로 끌고 온 시도였다. 당시는 조국 사태와 검찰개혁 등으로 민감한 시기였다. 팩트 나열만으론 완벽한 설명이 힘든 상황이었다. 홍준표, 유시민이라는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두 패널의 달변을 담기엔 분명 시간이 부족했다. 때론 웃고, 때론 심각했다. 정규 방송이 끝나고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토론을 이어갔는데 실시간 동접자가 18만 명이었다. 당시로선 매우 이례적인 숫자였다. 말하는 사람도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충분히 하고, 시청자도 원하는 얘기를 끝까지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도 높았다. 무거운 주제를 그렇게 다루는 것은 주고받는 대화니까 가능했다.

이념이 다른 패널의 토론에 시청자가 만족감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신기한 결과다. 책에 “유튜브 스트리밍 댓글에서 공통적으로 보인 것은 화합에 대한 열망”이었다고 쓰기도 했다. 토크 뉴스가 정치적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을까?

명확한 답변을 내놓기 어려운 문제다. 트럼프 정부를 거치며 미국에서도 ‘뉴스 쇼’라는 이름으로 토크 뉴스가 더욱 각광 받은 부분이 있지만, 정치적 갈등이 줄지는 않았다. 토크 뉴스는 갈등을 부추길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언론의 신뢰도를 높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흉기냐 쟁기냐는 결국 쓰임새에 달렸다. 그렇기 때문에 토크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이 더 고민해야 할 문제다.

시청자를 사로잡으려는 레거시 미디어의 시도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통령 선거 방송이었던 것 같다.

지상파의 선거 방송은 기존 뉴스 프로그램과 달리 세트도 한 번 쓰고 부수는 경우가 많다.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뜻이다. 선거 방송 때마다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은 것은 아마도 개표방송의 CG그래픽인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선거 데이터가 재미있게 표현되고 눈길을 확 사로잡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데이터를 해석해 전달하는 방식에서도 변화와 새로운 시도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MBC는 ‘정치인싸’, KBS는 ‘정치합시다’ 출연진을 패널로 앉혔다. 진행자와 패널의 ‘티키타카’를 통해 개표 데이터를 분석하고, 실시간 팩트에 쉴 새 없이 의미를 부여했다. 토크 뉴스의 트랜드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CNN이 황금시간대에 코미디언을 뉴스 쇼 진행자로 고려하는 등 새로운 변화를 꾀하는 시도가 많은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미국은 철저한 상업방송이니까 가능하다. 또, 미국은 코미디언이 진행하는 정치 풍자 뉴스 프로그램의 역사가 길다. 10년 이상 데일리로 이어져 온 방송들도 있다. 장기간에 걸쳐 노력과 신뢰를 쌓았기 때문에 시청자들과 교감이 있다. 그 토대가 있기에 시도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방송환경에서 코미디언 뉴스 쇼 진행자는 시기상조 아닐까. 가장 큰 이유는 방송 심의다. 성역 없이 풍자해야 하는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하지만 규제가 없는 OTT에서는 새로운 형식을 시도해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싶다.

뉴스라고 하면 뉴스룸의 엄숙한 분위기가 떠오른다. 과감한 시도가 어려울 것 같은데.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뉴스가 엄숙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뉴스라는 말 자체는 본래 새로운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늘 트렌디할 수밖에 없다. 새롭지 않으면 뉴스가 아니다. 그런 면에서 넓게 생각하면 뉴스의 본질은 흥미다. 흥미 있는 주제가 정보가 되고, 그렇게 얻은 정보를 내 생활과 내 생각에 활용하는 것이다. 시대나 사회에 따라 전달 방식은 다르지만, 뉴스의 본질이 흥미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어떻게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보면 과감한 시도들은 더 많이 나올 것이다.

지금의 뉴스 형식이 오래 이어져 온 이유도 분명 있을 것 같다.

레거시 미디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역시나 제일 중요한 것은 팩트다. 모든 것은 사실에 기반한 해석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유튜브의 경우에도 보다 보면 자극적이고 편향적인 콘텐츠를 선호하게 된다. 말 잘하는 정치인에게 왜 유튜브 채널 안 하냐고 농담 삼아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유튜브 하면 선을 넘게 된다고 하더라. 상업성이 최고의 가치가 되면, 본질을 놓치기 쉽다.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다.

뉴스의 미래를 논할 때, 팩트만큼이나 많이 언급되는 것은 미디어 리터러시다.

팩트나 미디어 리터러시는 추상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레거시 미디어가 OTT 스트리밍 뉴스에 진출하는 것은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이미 다양한 시도가 있지만, 지상파가 스트리밍 뉴스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유튜브 시장에 뛰어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규제가 없는 곳에서의 과감한 시도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유튜브의 가짜뉴스가 문제인 상황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레거시 미디어가 공영성을 강조하면서 영역을 확장하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겠나.

질 좋은 뉴스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좋은 뉴스는 여러 가지 형식으로 만들어 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도 토크 뉴스는 효율적이다. 한 시간짜리 뉴스에 2분짜리 기자 리포트 30개를 방송하는 것과 앵커와 패널이 중심이 돼 대화를 나누며 뉴스를 전하는 것은 여러모로 다르다. 미국에 토크 뉴스 형식이 많은 이유는 사람들이 즐겨 보기 때문이다. 토크 뉴스는 장시간에 걸쳐 보도하고, 장시간에 걸쳐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이다.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에 따르면, 이미 국내 뉴스 소비자 열 명 중 네 명이 유튜브로 뉴스를 본다. 바뀐 미디어 환경에서 토크 뉴스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