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직격〉에서 〈추적 60분〉으로 다시 돌아온 지 세 달이 지났다. 반응은 좀 어떤가?

왜 다시 〈추적 60분〉이었나?

〈추적 60분〉은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시사교양 장르의 탐사 프로그램인 만큼 그 네임 밸류가 있다. 〈시사직격〉으로의 개편 후 3년 9개월 동안 새로운 형식에 대한 시도는 많이 이루어졌으나 인지도에 대한 아쉬움은 있었다. 클래식으로 돌아온 〈추적 60분〉은 시청자들에게 좀 더 익숙하게 다가가면서 직접 PD들이 발로 뛰며 현장을 담아내는 부분을 강화하려 한다. 다만 〈시사직격〉에서 활용한 토론이나 생방송 등 형식과 작법에 대한 새로운 시도는 이어질 예정이다.

후쿠시마 현장 취재를 직접 갔는데, 두려움은 없었나?

보호 장구를 철저히 갖추고 실시간 측정기로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며 다녀야 하는 불편함은 있었지만, 취재를 위해 단기적인 방문이니 영향이 크지는 않을 거라고 믿었다. 위험을 감수한 만큼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담아냈다는 데서 스스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특히 도쿄전력에서 최근에 퇴사한 직원의 이야기까지도 골고루 들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첫 에피소드의 반응이 궁금하다.

사실 양측에서 아쉬운 말을 들었다.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측에서는 더 중요한 다른 내용을 충분히 긁어주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반대편에서는 더 소개할 수 있는 과학적인 내용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언론으로서 검증할 수 없는 부분을 넘어 무리하게 다룰 순 없다. 실체적 진실은 정황만으로 나오지 않는다. 100퍼센트 완벽한 취재라는 것도 불가능하다. 〈추적 60분〉은 거기에 최대한 근접하려고 노력한다.

한 회 방송 안에 모든 걸 말해야 하지 않나. 아쉬움이 많겠다.

그래서 한 번 다룬 이슈에 대해 계속 후속 취재를 한다. 〈시사직격〉 당시 다루었던 SPC 노동 조합 문제는 2022년 5월과 11월, 6개월의 텀을 두고 2회가 방송됐다. 다른 언론사에서 다루지 않은 문제를 〈추적 60분〉이 처음 다룬다면 그 아이템은 우리의 자산이자 책임 아니겠는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역시 달리 취재할 내용이 생긴다면 당연히 후속 방송을 진행할 생각이다.

다른 언론이 다루지 않는 이슈를 많이 다루는 편이라고 보는가?

KBS는 공영 방송이다. 시청률이 높을 것이라 예상되는 아이템이 아니어도 그 시급성과 필요성에 따라 진행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다. 최근에 다룬 노란봉투법 등 노동 관련 이슈는 시청률 등의 이유로 타사에서 다루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추적 60분〉은 감수하고 진행했다. 외국인 이민자 편도 마찬가지다. 많은 시청자가 외면하고 싶어 하는 내용이지만 국내 외국인 노동자 수는 증가 추세에 있고 인권 문제는 앞으로 더욱 가시화할 것이다. 사회에 필요한 의제를 용기 있게 던진다는 점에서 〈추적 60분〉의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청률은 무시할 수 없는 지표 아닌가?

그렇다. 〈추적 60분〉의 경쟁 상대는 역시 동시간대 다른 채널의 모든 방송일 것이다. OTT와 유튜브 등 디지털 콘텐츠의 경우, 심의에 관계없이 더 자유롭고 명확하게 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상파이고 공영 방송인 KBS에서 제작을 하다 보면 이 점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럴 때일수록 잘하는 걸 해야 하지 않을까. 묵묵하게 〈추적 60분〉의 논법으로, 고른 시청자 층을 대상으로 자극적이지 않게 가는 것이 〈추적 60분〉의 할 일이다.

디지털 시대에 수용자가 채널을 찾아와 주길 바라는 건 욕심일 수 있다. 시청자에게 다가가기 위한 멀티미디어 전략이 있나?

생방송 시간에 맞게 유튜브에서도 동시 송출을 하고, 방송 직후 전체 방송분을 공개한다. 본방송을 놓친 시청자를 배려하는 목적도 있지만 방송 내용에 대해 끝까지 투명하게 책임지기 위해서기도 하다. 디지털 채널만을 위한 콘텐츠보다는 본 방송에 주력을 다하고 있다. 매체가 적을 때에는 방송의 파장이 지금보다 훨씬 컸고 문제를 제기하면 개선의 움직임이 보였다. 지금은 정부든 관계 기관이든 변화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는 데서 고민과 아쉬움이 있지만, 한 편을 잘 만들어 시청자에게 알리는 것만으로도 유효한 효과는 있다고 본다.

KBS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방송은 무엇일까?

시사 프로그램의 중요한 소스는 제보다. 그런데 딥페이크와 AI 등으로 인해 팩트 체크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가짜 뉴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논의되는 등 가짜 뉴스가 화두다. 〈추적 60분〉에는 영향이 없을까?

가짜 뉴스는 모든 시사 프로그램이 경계하고 철저히 검증해야 하는 영역이다. 이것이 화두가 된다고 해서 팩트 체크를 더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원래부터 항상 철저히 해 왔다. 사실 가짜 뉴스는 취재에 응하고 질문에 답변해야 할 주체들이 입을 다무는 데서 나온다.  작년 10월, 〈시사직격〉 ‘은밀하게 수상하게’ 편에서 대통령실에 대한 의혹을 다루었다. 취재하고 증언을 들은 바에 대해 확인을 요청했는데 의혹을 해소해야 할 주체 측에서 충분하고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사실 확인이 끝까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가짜 뉴스를 방지하려면 답변의 주체들이 더 적극적으로 취재에 응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런 부분이 아쉽다.

소비자들이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도 바뀌고 있다.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보려는 사람들의 시각을 넘어서야 한다. 어떤 노력이 있나?

딜레마다. 양극단에 있는 시청자 모두의 입맛에 맞는 방송을 만들면 양비론을 담은 어정쩡한 방송이 나올 수밖에 없다. 〈추적 60분〉은 양측 입장을 고루 반영하려 하지만, 당연히 관점은 존재한다. 방송사마다, 한 방송사 내에서도 프로그램마다, 또 한 프로그램 안에서도 PD마다 관점의 차이는 존재한다. 그것이 방송의 역할이나 목적일 수 있다. 관점의 차이는 서로 보완을 이루는 것이지, 무엇이 틀린 것은 아니지 않겠나. 그 사이에서 자신에게 맞는 걸 선택하는 게 시청자의 자유이자 권리다. 따라서 판단의 몫도 시청자에게 맡길 뿐이다.

판단은 시청자의 몫이지만 근거를 제공하는 건 제작자의 몫이다. 사회가 복잡해진 만큼 한 문제에 있어 명확한 대안을 찾기 어려워졌다. 뾰족한 수를 찾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 있을까?

어려운 질문이다. 시사 프로그램에서 어떤 사안에 대한 명백한 대안이나 완벽한 결과를 찾으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거라고 생각한다. 저널리스트는 판결을 내리는 판사나 수사권을 가진 수사 기관이 아니다. 그렇기에 돌파구를 현장에서 찾는 거다. 현장의 목소리를 종합적으로 취재해서 제시하는 것은 가이드 정도이지, 이 길이 맞다는 확언이 아니다. 시사 프로그램은 단발성 뉴스가 다루지 못하는 전후 맥락과 사건의 이면을 한 시간 동안 길게 다루어 사건의 종합적인 이해를 돕는다. 단발성 뉴스만 존재한다면 이슈는 범람하되 그것이 사후 대책에 대한 논의로는 연결되지 않고 휘발되어버릴 수 있다. 시사 프로그램이 시청자에게 주는 의미는 거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추적 60분〉 팀에 합류한 지 얼마나 됐나?

〈시사직격〉 때 합류하여 2년 정도 됐다. 이전에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는데, 사실 의무 복무만 하고 가려고 했다. (웃음) 그런데 시사 프로그램을 한다는 건 시대를 기록하는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방송으로 인해 수사가 개시되는 등 변화가 이뤄지는 데 대한 보람도 있지만, 이 시대의 문제점을 잘 기록한다는 데서 오는 뿌듯함이 크다. 우리도 방송을 준비하다 보면 이전의 방송을 많이 참고한다. 그러면 이 시대에 이런 사건이 있었구나, 지금의 방송도 언젠가 후대에 참고 자료가 되겠구나라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추적 60분〉의 역할 중에는 지금의 문제점이 후대에 반복되지 않도록 아카이빙하고 계속 검증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 특히 요즘은 유튜브에 기록이 다 남아서 시청자들도 오래된 방송을 볼 수 있으니 그런 사명감은 더욱 든다. 두고두고 남는 방송은 모두가 검증 가능한 자료 아니겠나. 더 정확한 방송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시청자들이 〈추적 60분〉에 바라는 점은 무엇일까?

다른 매체에서 다루기 힘든 거대 권력, 거악과 싸워 주기를 원하는 것 같다. 〈추적 60분〉은 MBI 불법 다단계, 테마주, 혹은 고시원이나 소아과 등 미시적이고 생활에 밀착한 이슈부터 대통령 취임 500일, 후쿠시마 오염수 등 거대한 문제를 두루 다룬다. 60분 분량의 방송을 구성하기 위해선 보도 자료보다 한 발 더 깊게 들어가고, 증언과 자료도 풍부히 담아야 한다. 아직까지 경험해본 적은 없지만 시청률 압박이나 외압이 있더라도 그 중심은 시청자에게 두고 있기 때문에 〈추적 60분〉은 그런 점에 있어 자신감 있다.

반대로 〈추적 60분〉이 시청자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탐사 프로그램의 힘은 시민의 제보다. 부당하고 불편한 사회 현상에 대해 시민들이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제보를 해준다면 아무리 작은 목소리라도 외면하지 않고 귀담아 들으려고 한다. 묻힐 거라고 미리 걱정하지 마시고 다양한 제보를 더 많이 올려 주셨으면 좋겠다.

다시 돌아온 〈추적 60분〉은 어떤 프로그램이 되기를 바라는가.

최초의 탐사 프로그램으로서 앞으로도 그 타이틀을 유지하며 대한민국 탐사 프로그램의 기둥이 되는 것 아닐까. 시청자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권력 비판 기능을 유지하며,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프로그램으로 남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