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alks; 표절 없는 AI로 음악의 프로슈머 시대를 열다

누구나 한 번쯤 스스로 천재가 아닐까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음악을 만드는 경험을 대중화하고 싶었다.

2023. 8. 8.

표절 없는 AI로 음악의 프로슈머 시대를 열다

포자랩스 허원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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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럴듯한 창작자가 될 수 있는 시대다. 인공지능(AI)의 확산은 창의력과 기술을 요하는 수많은 분야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음악도 예외가 아니다. 이에 발맞춰 올해 상반기 구글도, 메타도 음악 생성 AI를 공개했다. 그러나 AI가 창작자의 도구가 되려면 표절, 저작권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니뮤직은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AI 편곡 서비스(베타)를 선보여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 가운데 네이버, MBC, CJ ENM, 크래프톤, 하이브 등의 선택을 받은 곳이 있다. ‘저작권 침해 걱정이 없는 작곡 AI’를 서비스하는 포자랩스(Pozalab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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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자랩스는 어떤 회사인가?

인공지능 작곡 스타트업이다. 누구나 쉽게 음악을 창작해 소유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든다는 비전으로 2018년 창업했다. 주요 서비스로는 인공지능 배경 음악 구독 서비스인 비오디오(viodio)도 있고, 기업 대상으로 인공지능 음원 제작 라이선스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아예 고객이 직접 작곡할 수 있는 플랫폼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서비스 이름이 ‘Live’에 ‘AI’를 합친 ‘라이브(Laive)’가 될 것 같다. 연내 론칭 예정이다. 보컬이 포함된 대중음악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음악 생성 서비스다. 다양한 언어로 가능하게 만들고 있고 글로벌에 먼저 출시할 예정이다. 내년 세계 음악 행사인 ‘사우스 바이 사우스 웨스트(SWSX)’에 참가해 부스에서 시연도 하려 한다.

누구나 쉽게 작곡할 수 있게 되는 건가?

보통 그림이나 글은 쉽게 그리거나 써볼 수 있다. 음악은 혼자 만들기에 허들이 높다. 그간 대중들에게 음악은 듣거나 따라 부르는 정도의 경험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누구나 한 번쯤 스스로 천재가 아닐까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음악을 만들어보는 경험을 대중화하고 싶었다. 음악을 이용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려고 한다.

음악에서 프로슈머(prosumer)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렇다.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그 자체로 치유를 준다. 새로운 놀이 문화로서의 가능성도 있다. 만약 연인이 함께 여행을 가면 그 여행에도 이야기가 있고 줄거리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인공지능을 통한 작사·작곡으로 구현할 수 있다. 편지 대신 음악을 선물하는 일도 늘어날 것이다.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음악으로 나타낼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포자랩스의 스튜디오 ⓒPozalabs

창업 당시 뜨거운 기술은 블록체인이나 메타버스였다. 결국 AI 시대가 올 것을 알고 있었나.

대학에 입학할 때부터 인공지능 쪽 창업을 생각했다. 과거의 기술 혁신 사례를 참고했다. 닷컴 버블 이후 인터넷 세상이 정착하기까지 6~7년이 걸렸다. 모바일 환경으로 변하면서 수익화를 하는 단계도 같은 기간이 걸렸다. 이 주기가 달라지지 않으리라 봤다. 구글의 AI인 알파고가 한국에 충격을 안긴 게 2016년이다. 그때부터 인공지능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면 분명 시장이 무르익는 순간이 올 것이라 확신했다.

작곡 AI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업성이 담보되는 AI 분야가 많을 텐데.

학창 시절에 챗봇 서비스나 음성 합성을 통한 신약 개발 AI도 만들어 봤는데 많은 시행착오를 겪다 실패했다. 일상생활과 더 밀접한 기술이어야 했다. 평소 좋아하던 음악을 선택한 이유다. 처음엔 주변에서 회의적 의견이 많았다. 저작권 무료인 음악이 넘쳐나서다. 인공지능 음악에 대해 계속 확신을 가졌던 이유는 앞으로 콘텐츠 범람 시대가 올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지금도 유튜브에만 매분 500시간 이상, 하루에 72만 시간 이상의 영상이 업로드되고 있다. 이 추세는 앞으로 더 늘어날 거고 음악이 필요한 영상은 당연히 많아질 것이라 봤다.

시중의 저작권 무료 음악보다 AI 음악이 더 승산 있을 거라 본 이유는 뭔가.

‘나만을 위한 음악’이기 때문이다. 현재 비오디오에서 방송사 등 기업이나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타깃팅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두둥’ 소리만 들어도 우리는 넷플릭스임을 알아챌 수 있지 않나.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기 위한 음악은 브랜딩 차원에서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AI가 줄 수 있는 핵심 가치는 이처럼 개인화를 향할 것이라 본다. 챗GPT가 사용자와 기존에 나누던 대화를 이어가듯, 음악도 디테일하게 개인화할 수 있어야 한다.

수많은 기업이 AI에 뛰어들지만 비즈니스 모델에서 고전한다. 포자랩스는 어떻게 돈을 버나.

비오디오와 연내 출시 예정인 라이브, 독점 맞춤 음원을 제작하는 B2B 서비스 세 가지다. 모든 AI 기업이 그렇듯 아직 수익화 단계는 아니다. 다만 비오디오의 배경 음악 구독 서비스는 매월 150퍼센트씩 성장 중이다. B2B에서도 규모가 큰 클라이언트가 많다. CJ ENM, 크래프톤, 네이버, MBC, 매일경제 등 다양한 고객사가 포자랩스 음원을 사용한다. 인공지능으로 음원을 자체 제작할 수 있는 라이브가 추후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의 AI 오디오 자회사인 수퍼톤(Supertone), 서울대 음악오디오연구실과 합작 개발 중이다.

현재 AI로 맞춤형 음악을 제공하는 모델은 B2B 서비스다. 기업이 OST 등을 제작할 때 작곡가보다 포자랩스를 찾게 만드는 지점은 뭔가?

메인 OST는 당연히 작곡가분들과 작업하라 권장해 드린다. 보통 하나의 드라마에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지만 수백 개의 배경 음악이 존재하는데 이건 작곡가에게도 가성비가 나오지 않고 방송사도 수십 수백 명의 작곡가와 일일이 계약하고 저작권을 설정해야 하는 귀찮은 영역이다. 우리가 노리는 건 이 시장이다. 한 곡을 제작하는데 5분 정도 소요되고 비용도 저렴하다. 저작권 문제도 없다. 제작, 유통, 판매를 올인원(all-in-one)으로 관리해 번거로운 저작인접권의 처리 등도 도맡고 있다. CJ ENM의 투자를 받을 수 있던 것에도 이러한 솔루션이 주효했다.

포자랩스의 작곡 AI는 타사의 서비스와 어떻게 다른가?

자체 제작 데이터 세트만 쓴다. 인하우스 작곡가분들이 창작한 데이터만 이용하기에 표절 이슈가 없다. 작곡 단계를 의미하는 미디(midi) 형태의 음원 생성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완성된 웨이브(.wav) 파일은 특정 음이나 코드 진행 등 디테일한 수정 사항을 반영하기 어렵다. 반면 이렇게 미립 단부터 음악을 생성하면 수정이 쉽고 세세한 부분까지 컨트롤해 작곡가의 기호와 의도를 더 많이 반영할 수 있다. 다른 생성 AI보다 높은 품질을 자랑한다.

포자랩스의 작곡팀 ⓒPozalabs

‘표절 없는 AI’는 어떻게 가능한가?

기술적으로 말하자면 샘플링 알고리즘을 통해 확률적 생성을 하는 방식이다. 기존에 있던 것과 같은 음악이 나올 확률이 굉장히 낮다. 그렇지만 표절이 아예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물론 기성곡을 학습하는 게 아니기에 무언갈 유사하게 재조합한 음악이 아니라 수학적으로 ‘생성된’ 음악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B2B 음원 등의 경우 꼭 유사도 검사를 거치고 있다.

조금 더 쉬운 예를 들어 보자. AI가 작법을 배운다고 볼 수 있나?

화성학을 배운다고 보면 된다. 악보에서 ‘도’를 치면 그다음 ‘미’가 나온다든지 하는 것이 화성학에 따라 구분되지 않나. 이 음계의 규칙을 학습하는 거다. 이를 가르칠 작곡팀이 있는 이유다.

실제 작곡가들도 화성학을 기반으로 스케일을 짠다. 그렇다면 포자랩스의 AI는 사실상 인간 작곡가처럼 창작의 영역에 있는 것 아닌가?

창작의 정의에 따라 답이 다를 수 있겠다. 전에 없던 음악을 만든다는 게 창작이라고 한다면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학습 데이터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기에 데이터에 없던 걸 갑자기 만들어 내는 건 어렵다. 인간의 창의성과는 구별되는 지점이다. 알고리즘을 통해 무작위성을 추가할 순 있지만 그 경우 이용자의 의도와는 다른 음악이 나올 가능성도 커지기에 좀 더 실험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다.

작곡법을 가르치고 유사성 모니터링도 하려면 작곡팀이 계속 많아져야 하겠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표절 없는 AI를 표방한 만큼 강점도 있지만 약점도 있다. 가령 작곡팀이 많이 듣지 않는 장르나 수요가 적은 장르의 음악은 데이터 학습이 약할 수 있다. 학습이 많이 고도화돼 있어 음악 생성에서의 차질은 줄고 있지만 데이터는 당연히 많을수록 좋다. 표절이 없어야 하니 특정 장르에서 곡의 다양성과 획일화 사이의 그 중간 지점을 잘 찾는 것도 하나의 과제다. 시장에서 경험이 쌓여갈수록 점차 해결되리라 본다.

작곡법을 가르치고 유사성 모니터링도 하려면 작곡팀이 계속 많아져야 하겠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표절 없는 AI를 표방한 만큼 강점도 있지만 약점도 있다. 가령 작곡팀이 많이 듣지 않는 장르나 수요가 적은 장르의 음악은 데이터 학습이 약할 수 있다. 학습이 많이 고도화돼 있어 음악 생성에 있어 차질은 줄고 있지만 데이터는 당연히 많을수록 좋다. 표절이 없어야 하니 특정 장르에서 곡의 다양성과 획일화 사이의 그 중간 지점을 잘 찾는 것도 하나의 과제다. 시장에서 경험이 쌓여갈수록 점차 해결되리라 본다.

작곡팀과 기술팀의 영역이 혼재돼 있을 것 같은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포자랩스는 인공지능을 고도화하는 인공지능팀, 프론트·백 엔드를 담당하는 개발팀, 서비스팀, 작곡팀 등으로 나뉘어 있고 작곡팀 내부는 음악을 분석하는 분, 데이터를 생성하는 분, 믹싱과 마스터링을 전문으로 하는 분으로 또 나뉜다. 그런데 대부분 임직원이 음악에 관심이 높다. 회사의 중추가 음악이기에 모든 팀원의 음악적 지식을 늘려드리고자 매주 음악 세미나를 열고 있다. 모든 직원이 기본적으로 로직(음악 편집 프로그램)은 다 다룰 줄 아실 것이다.

포자랩스의 사무실 ⓒPozalabs

인간 작곡가를 대체하리란 우려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모든 음악인의 입장을 알긴 어렵지만 우려만큼 긍정적인 의견도 있다. 굳이 포자랩스가 아니더라도 인공지능을 통해 음악을 만드는 세상은 반드시 올 거라는 점에 많은 작곡가분의 공감대가 있다. 음악을 직접 만들어보는 재미난 경험이 작곡가분들의 시장을 대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OST에 수반되는 배경 음악처럼 작곡가분들에게도 사실상 큰 메리트가 없는 영역, 대중적이고 개인화된 영역을 타깃하는 것이다. 오히려 작곡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 작곡가분들의 필요성이 더 강조될 것이다. 추가로 작곡가분들의 작곡을 돕는 서비스도 출시할 예정이다.

생성 AI의 작품에 대한 저작권 인정 논란이 세계적으로 뜨겁다. 이 문제는 어떻게 풀고 있나?

계속 고민하는 부분이다. 현재 인공지능이 만든 음악은 발매는 가능해도 저작권 인정이 안 되고 있다. 라이브가 출시되면 직접 만든 음악의 사용 권한을 최대한 사용자에게 드리려 하고 가급적 수익화도 가능하게 만들고 싶다. 다만 사회적 합의와 함께 법적 검토가 필요한 영역이다. 해외에서도 논쟁적인 사안이고 아직 이렇다 할 가이드라인이 없어 계속 리서치를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인공지능 음악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겠다.

그렇다. 이미 음악에서 인공지능은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비틀스의 폴 메카트니도 AI 보이스 기술을 이용해 비틀스의 마지막 앨범을 제작 중이다. 그밖에도 장점이 많다. 포자랩스는 피아니스트 윤한님과 수면 음악을 제작해 발매한 적이 있는데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보다 정교한 패턴의 수면 알고리즘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수면 음악은 개인화가 중요한데 이를 잘 해낼 수 있는 게 인공지능이다. 뭐든 인공지능이 만들었다고 하면 아직 색안경을 끼고 보시는 분들이 많지만 더 다양한 가치를 입증하고 혜택을 돌려줄 수 있다면 이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 본다.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품질을 높이는 게 첫째다. 곧 출시될 라이브는 웹 서비스라 PC에서만 동작하게 되는데 추후 모바일 앱 서비스로도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애플의 개러지밴드(GarageBand)처럼 쉽고 캐주얼하게 음악을 만들고 놀 수 있게 될 것이다. 교육용 AI와 작곡가분들을 위한 AI도 출시할 예정이다. 작곡가분들은 개인화된 AI 알고리즘을 어시스턴트로 두고 자기 복제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만을 위한 음악’을 모두에게 선사하고 싶다.

글 이현구 에디터